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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잃고 외양간 고치다

Posted June. 29, 2020 07:59   

Updated June. 29, 2020 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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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각각 일반중과 국제중에 다니는 아이를 둔 엄마로서 이 편지를 씁니다. 침묵시위에서 하지 못했던 말을 담았어요.”

 서울시교육청의 대원·영훈 국제중 지정 취소 결정에 대해 학부모들의 반대 시위가 이어지던 26일, 자신을 ‘영훈국제중 학부모’라고 소개한 한 사람의 이메일을 받았다. 한글 파일로 무려 A4용지 7장을 가득 채운 분량이었다.

 편지는 ‘내 아이 중 하나도 공립중을 다니는 터라 단순히 두 학교를 비교해 일반중을 폄훼할 의도는 없다. 우리나라의 교육이 상생을 통해 발전하기 바라는 마음에서 몇 가지를 적어본다’고 시작했다. 빼곡히 써내려간 내용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국제중은 실제 어떤 학교인가’에 대한 생각이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지정 취소를 발표하며 비난한 것처럼 입학 전엔 막대한 선행 사교육이 필요하고, 입학 후엔 입시 위주의 영어 몰입교육에만 매달리는 곳일까? 편지를 쓴 이는 국제중에 ‘특권교육’, ‘경쟁교육’의 온상이라는 꼬리표를 붙인 조 교육감에게 유감을 표했다.

 편지에 따르면 그의 두 자녀는 모두 공립초를 나왔고, 영어유치원에 다닌 적이 없다. 국제중에 간 자녀만 따로 선행학습을 한 것도 아니고, 단지 추첨에 뽑혔을 뿐이다. 학부모가 전한 국제중 자녀의 생활은 이렇다. 1인당 1악기를 배우고 다양한 체육활동을 한다. 과학 역사 국제 등 5가지 수업에서 영어로 수업이 이뤄지다 보니 단순 언어가 아닌 지식 습득의 수단으로서 영어를 대할 수 있게 됐다. 수업 방식이 일반중과 달라서 내신 시험은 오히려 일반중보다 학원에 기대기 어렵다. 주말에도 주로 발표·토론형 수행평가를 준비하느라 바쁘다. 이 학부모는 이런 점을 들어 “국제중은 진정한 의미의 교육을 실천하는 곳”이라고 강조했다.

 학부모는 ‘경쟁은 무조건 나쁜 것’이라고 매도하며 자발적인 노력마저 부정하고 폄훼하는 교육 현실이 안쓰러워 편지를 쓴다고 했다. 자신의 자녀는 국제중 학생이라는 자격을 유지한 채 졸업하겠지만, 나라의 교육이 걱정돼 시위를 이어갈 것이라고도 했다.

 편지 말미에 그는 조 교육감에게 “무엇이 참교육이냐?”는 질문을 던졌다. 공교육의 환경을 국제중만큼 끌어올리기보다, 일반중 학생들에게 ‘너희는 차별받고 있는 거야’라는 식으로 갈등과 피해의식을 조장하는 것은 결코 교육적인 행동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두 자녀를 모두 외국어고에 보냈고, 그중 한 명은 서울대 로스쿨에 진학시킨 조 교육감이 국제중을 특권 학교라 비판하며 평가 지표까지 바꿔 없애려 하는 것을 학부모들은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 국제중의 좋은 시스템을 일반 학교에 적용해 상생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 학부모들의 주장이다. 국제중 학부모들의 시위는 다음 달 13일까지 이어진다.


김수연 sy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