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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현영철 처형설 보고한 국정원, 김정은을 얼마나 꿰뚫고 있나

북현영철 처형설 보고한 국정원, 김정은을 얼마나 꿰뚫고 있나

Posted May. 14, 2015 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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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군 서열 2위로 한국의 국방부장관에 해당하는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이 지난달 30일 경 고사총으로 총살됐다는 첩보를 국가정보원이 어제 국회 정보위원회에 보고했다. 사실이라면 2013년 12월 장성택 처형 이후 17개월 만에 최고위 인사에 대한 피의 숙청이 단행된 것이다. 특히 이번에는 재판 절차도 거치지 않고 전격적으로 처형이 이뤄졌다니 즉흥적이고 공포정치로 치닫는 김정은 체제의 내부 동향을 더욱 주시할 필요가 있다. 다만 국정원이 확인되지 않은 설()을 성급히 공개하는 것이 과연 옳은지, 대북 정보수집 능력을 과시하려는 의도는 없는지 미심쩍은 구석도 없지 않다.

국정원에 따르면 현영철은 김정은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고, 지시를 수차례 이행하지 않은데다 김정은이 연설하는 공식행사에서 졸아 김일성 일가 우상화에 관한 유일영도 10대 원칙을 어긴 혐의로 전격 처형됐다. 10대 원칙의 6조 동상이몽양봉음위(겉으론 받들고 속으론 딴 마음 먹는 것)는 장성택 처형 때 북이 건성 박수와 함께 밝힌 죄목이다. 그러나 실제로 김정은이 장성택을 제거한 것은 이권을 둘러싼 갈등 때문이었다는 분석도 있는 만큼 현영철 처형 배경을 속단하기는 어렵다.

김정은이 최근 러시아 방문을 취소한 것과 관련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현영철은 지난해 11월과 올해 4월 러시아를 방문해 김정은 방러 문제 등을 협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콩 언론이 최근 보도한 것처럼 북이 러시아에 S-300지대공 미사일 구매를 요청했다가 거절당한 것이 방러 취소와 관련 있다면 김정은이 현영철에게 그 책임을 물은 것일 수도 있다.

현영철이 평양 강건종합군관학교 사격장에서 군 간부 수백 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분당 1200발을 발사할 수 있는 화기로 총살된 데는 충격과 공포를 극대화해 군을 다잡으려는 김정은의 의도가 반영됐을 것이다. 북 엘리트들은 당장은 공포로 숨을 죽이겠지만 내부에선 반발이 생기고 충성심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김정은 체제가 당장은 공고해보여도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알 수 없다. 그만큼 북 내부를 정확히 들여다보고 정세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국정원은 지난달 29일 김정은 방러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했다가 다음날 러시아가 방문하지 않는다고 밝혀 망신당했다. 국정원이 최상의 정보 역량을 갖고 북한의 예측 불가능한 사태까지 대비하고 있는지 불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