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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트라우마

Posted July. 07, 2014 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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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웃는 얼굴이셨는데 얼마나 스트레스가 심했으면. 세월호 사고 수습 현장에서 실종자 가족들을 도왔던 진도경찰서 김태호 정보계장의 시신이 진도대교에서 투신한 지 9일 만인 5일 발견됐다. 고인은 세월호 참사 이후 팽목항과 진도실내체육관에 머물면서 차로 30분 거리인 해남의 집에 세 번밖에 들르지 못했다. 격무도 그렇거니와 유가족의 고통을 지켜보는 게 더 힘들었을 거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언제부터인가 세월호 희생자를 인양해도 남학생으로 추정된다는 식의 보도가 나온다. 시신을 인양해도 정신적 충격을 고려해 가족이 못 보도록 한다는 소식도 들린다. 그만큼 훼손이 심하다는 뜻이다. 세월호 사고로 온 국민이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지만 매일같이 이런 시신을 건져 올리고, 검안하고, 사진을 찍고 보아야 하는 사람들의 트라우마가 심각한 수준이다. 단 며칠이라도 팽목항에 다녀온 사람들은 그 우울한 분위기가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잠수사들은 잠수병도 위협이지만 정신건강도 염려된다. 잠수사들은 인체의 한계를 시험하는 물속에서 작업을 하며 시신을 직접 보고 만진다. 이들은 한 명의 시신이라도 더 수습해 가족에게 돌려주어야 한다는 사명감에 트라우마 치료도 받지 못한 채 바다로 뛰어들고 있다. 희생자 신원 확인을 해야 하는 검사들의 트라우마도 심각하다. 훼손된 시신을 검안했을 때의 정신적 충격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다고 한다. 유가족의 분노와 고통을 가까이서 지켜봐야 하는 자원봉사자들에게도 스트레스가 따른다. 유가족의 감정을 그대로 전이받기 때문이다.

어떤 형태로든 시신을 접한 사람들은 평생 떨치기 어려운 상처를 입는다. 참사를 막지 못했다는 죄책감에다 끔찍한 장면에 대한 환영이 수시로 떠오른다. 고해성사를 받는 가톨릭 신부도 고해성사가 필요하듯 이들을 치료해주는 의사나 상담사도 치료가 필요할 정도다. 트라우마를 극복하지 못하면 김 경위처럼 극단적 선택을 할 수도 있다. 엄청난 비극을 직간접적으로 함께 나눈 사람들의 정신건강 문제를 마냥 미뤄둘 일이 아니다.

정 성 희 논설위원 shchu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