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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청장비 자체보유 포기하겠다

Posted November. 24, 2005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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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개혁안 주요 내용=개혁안의 핵심은 도청은 확실히 근절하되 조직 개편은 최소화하겠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국정원 측은 여론재판식의 무분별한 개편론보다는 자체 혁신 노력에 따라 일을 더 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도청의 경우 정치권력의 요구와 그에 줄선 간부들의 부당한 지시가 원인이었다는 진단에 따라 감청장비 보유 금지와 함께 국정원직원법에 상급자의 부당한 지시에 대한 거부권 조항을 신설하기로 했다.

안보수사권 폐지에 대해서는 북한의 대남() 침투행위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을 들어 반대 의견을 분명히 했다.

국정원 측은 (북한은) 615정상회담 이후에도 한반도 적화전략을 고수하면서 제3국 우회침투 등의 대남공작 활동을 유지하고 있다며 수사 기능 계속 보유를 주장했다. 또 1990년 이후 검거한 간첩 123명 중 89%인 109명, 2000년 이후에 적발한 간첩 16명 중 14명을 국정원이 검거했다고 강조했다.

이 점은 합법적인 감청은 오히려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기도 하다. 미국의 애국법(2001년), 영국의 수사권한법(2000년), 캐나다의 반테러법(2000년) 등이 감청 확대의 좋은 예라는 것.

개혁안은 또 국정원장의 임기가 대통령의 신임에 따라 좌우되는 바람에 소신 있는 조직운영이 여의치 않은 만큼 국정원장 임기제를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현 가능성과 문제점=개혁안 중 국정원장 임기제나 감청장비의 외부 보유 등 대부분의 사항은 법을 개정해야 하는 사항이다. 국회의 논의를 거쳐야 한다는 얘기다.

정치권의 의견이 중요한 만큼 개혁의 대상인 국정원 측의 의견이 얼마나 반영될지는 미지수다.

국회 정보위원회의 국정원개혁소위 임종인(열린우리당) 위원장은 소위가 안을 제시하면 국정원의 자체안을 놓고 공개적인 논쟁을 벌여야 한다고 말해 국정원의 생각대로 논의가 이뤄지지는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소위는 올해 안까지 국정원 개혁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여야는 아직까지 당론 차원의 국정원 개혁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 다만 열린우리당 측은 국정원의 국내정보 기능을 축소하고 기능별로 재편하는 방안을 대안으로 고려하고 있다.

당내 국정원 개혁기획단 부단장인 김성곤() 의원은 국정원 조직을 해외와 국내파트 등 지역별로 나누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면서 테러, 산업, 국제범죄 등 기능별로 나누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한나라당도 8월 국정원 개혁 태스크포스를 구성하고 두 차례 회의를 가졌다. 강재섭() 원내대표는 국제화시대에 맞게 정치 개입, 권력 남용, 도청을 못하게 하는 내용을 담으면서도 국정원의 중요성을 훼손하지 않는 방향으로 개혁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시민단체 등도 국정원 국내파트의 폐지 또는 권한의 대폭 축소를 주문하고 있어 국정원 측과 갈등이 예상된다.

이와 관련해 국정원 관계자는 감청장비 보유 포기나 상급자의 부당한 지시에 대한 거부권 등은 국정원이 그간의 폐해를 개선하겠다는 취지이니 국회에서 크게 반대할 이유가 없지 않겠느냐며 자체 개혁안에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국정원의 개혁안이 지나치게 무사안일주의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한 안보전문가는 국정원이 대공수사나 테러 첩보 입수 등의 측면에서 감청할 것은 감청해야 한다. 감청장비를 외부에 다 넘기면 국정원은 도대체 뭐 한다는 말이냐. 도청 문제로 곤욕을 치른다고 해서 감청장비를 없애겠다는 것은 책임 회피라고 말했다.

전직 국정원 관계자는 상부의 불법 부당한 지시는 지금 법규로도 따라서는 안 되게 돼 있다. 이걸 지나치게 강조하면 기본적으로 불법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 공작 활동에 지장을 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하태원 taewon_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