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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체인저

Posted September. 06, 2022 08:01   

Updated September. 06, 2022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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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미국의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이 게임체인저 역할을 하고 있다. 미국이 제공한 장거리 곡사포, 레이더파 추적 미사일, 피닉스 고스트 같은 최신형 드론 등도 기대만큼 혹은 그 이상의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반면 러시아 무기들은 스펙상의 성능을 보여주지 못해 조롱의 대상이 되고 있다.

 덩달아 러시아 무기의 평판도 형편없이 추락하고 있다. 그런데 실은 이런 사태가 처음이 아니다. 1948년에 시작된 중동전쟁 때 미국과 소련은 경쟁적으로 자국 무기를 실어 보냈다. 이때도 소련이 제공한 무기 중에는 4차 중동전에서 이스라엘 전차부대를 몰살시켰던 새거 대전차 미사일이나 무적 이스라엘 공군을 초토화시킨 SA-6 같은 게임체인저급 신무기가 활약하기도 했지만, 전반적으로 소련제 무기의 평판은 전쟁 전보다 낮아졌다. 이집트 대통령 나세르는 흐루쇼프에게 소련 무기의 지원을 강력히 요청했다. 흐루쇼프는 망설였다. 실전에서 소련제 무기의 허상이 드러나면 국제 무기시장에서 주문도 줄고 가격은 떨어질 것이라는 이유였다.

 러시아 무기의 굴욕, 미제 무기의 선전은 어디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을까? 사거리, 발사 속도, 파괴력 같은 제원상의 수치로는 검증하기 힘든 성능이 실전용 성능이다. 병사도 똑같은 훈련을 받고 똑같은 장비를 착용해도 실전에서 전투 경험이 있는 병사와 없는 병사의 역량은 5배, 10배 이상 차이가 난다. 무기도 마찬가지다.

 또 하나가 품질의 균형이다. 초고강도의 포신을 가진 야포가 타이어가 불량이거나 바퀴축의 나사가 쉽게 부러져서 무용지물이 될 수도 있다. 군수산업은 비리의 온상이 되기 쉽다. 전쟁에 나가 보지 않고 사격장과 창고에서 수명을 마치는 무기 또한 엄청나다. 사소하지만 치명적인 불량이 쉬쉬하며 넘어갈 수 있는 구조다.

 전쟁을 많이 치른 나라가 전쟁을 잘한다. 평화를 사수하는 나라가 전쟁이 벌어지면 평화를 사수하기 어렵게 된다. 이것이 전쟁과 평화의 역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