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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기억하고 예방할 준비 없이 흘려보낸 한 달

이태원 참사, 기억하고 예방할 준비 없이 흘려보낸 한 달

Posted November. 29, 2022 07:47,   

Updated November. 29, 2022 0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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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29 이태원 핼러윈 참사가 발생한지 한 달이 지났다. 외부의 공격이 아니라 단순한 군중 관리의 실패로 서울 한복판에서 158명이 압사당하고 196명이 다쳤다. 참사 현장에 마련된 추모 공간에는 어이없는 희생을 애도하는 유족과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참사 발생 한 달이 지나도록 무거운 마음이 가벼워지지 않는 이유는 재난의 참혹함 때문만은 아니다. 후진적인 재난이 발생한 후 대처하는 과정에서도 실패하고 있다는 무력감 탓이 크다. 경찰 특별수사본부는 500명 넘는 수사 인력을 동원했다는데 사고를 예견하는 징후들을 무시한 이유나 인명 구조의 골든타임을 흘려보낸 경위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수사가 늦어지니 정부의 후속 조치도 지연될 수밖에 없다. 신뢰할만한 수사로 참사의 직접적인 원인을 규명하고 책임자에 합당한 벌을 내리는 것이 재난 회복의 기초임을 명심해야 한다.

 정부의 국민 보호 실패로 대형 인명피해가 발생했는데도 수사 결과를 기다린다는 명분으로 누구 하나 책임지지 않고 있는 것도 정부에 대한 실망감과 불신을 키우는 요인이다. 주무 장관인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사고 수습이 우선이라며 사퇴 요구를 일축하고 있다. 윤희근 경찰청장과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은 대통령보다도 사고 소식을 늦게 인지한 사실이 드러났는데 지금껏 자리를 지키고 있다.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참사 전후 행적을 거짓으로 둘러대며 책임을 피해가려는 모습까지 보였다. 이러니 대통령의 거듭된 사과에도 유족들은 여전히 ‘진심 어린’ 사과를 요구하는 것이다. 참사의 정치적 도의적 책임을 져야 할 사람들이 오히려 유족의 상처를 키우고 진상 규명을 방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자문해볼 일이다.

 여야는 모처럼 핼러윈 참사 국정조사에 합의했지만 이 장관의 해임을 놓고 ‘국조 정국’ 주도권을 쥐려는 힘겨루기부터 하고 있다. 8년 전 세월호 참사 때도 정쟁에만 열을 올리다 90일간의 국정조사가 무위로 돌아갔다. 그러니 비슷한 재난이 되풀이되는 것 아닌가. 국정 조사는 책임자 처벌로 끝나는 수사와는 다르다. 핼러윈 참사에 대한 공통된 기억을 가질 수 있도록 그날의 진상을 밝히는 데서 나아가 예방과 대응, 구조 과정 전반을 복기해 왜 막지 못하고 더 살리지 못했는지 구조적인 원인을 짚고 재발을 막기 위한 대책까지 내놓을 의무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