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사설]2026 월드컵 참사… ‘카르텔과 독단’에 무너진 한국 축구

[사설]2026 월드컵 참사… ‘카르텔과 독단’에 무너진 한국 축구

Posted June. 29, 2026 08:31,   

Updated June. 29, 2026 08:31

[사설]2026 월드컵 참사… ‘카르텔과 독단’에 무너진 한국 축구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32강에서 탈락했다. 남아공전 패배로 우리 대표팀은 다른 조 경기 결과에 운명이 달린 상태였는데 28일 콩고가 우즈베키스탄에 승리하면서 탈락이 확정됐다. 이번 월드컵에서 참가국이 48개국으로 늘기 전까진 32개국이 출전했던 걸 고려하면 예전 기준으론 월드컵 본선 무대도 못 밟아본 것이나 다름없는 결과다.

이번 월드컵 한국 대표팀은 역대 최대 전력이란 평가가 많았다. 손흥민, 이강인, 김민재 등 주전 대부분이 해외 빅리그 선수들이다. 대진운도 유리해 32강에 무난히 진출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최약체로 꼽혔던 남아공과의 경기에서 날카로운 공격 한번 없이 0-1로 패했다. 월드 클래스 선수들의 능력을 살리지 못한 홍명보 감독의 전략 전술 실패라고 볼 수밖에 없다. 홍 감독이 세번 째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왜 이런 경기력 나왔는지 나도 당황스럽다”면서 무책임한 모습을 보였다.

홍 감독은 선임 과정에서부터 불공정 시비로 논란이 많았다. 대한축구협회가 대표팀 감독을 선임하려면 전력강화위원회의 감독 추천과 이사회 승인을 거쳐야 하는데 이 과정이 모두 엉망이었던 것으로 2년 전 문화체육관광부 조사 결과 드러났다. 감독 추천 권한이 없는 기술이사가 정몽규 회장의 지시로 홍 감독을 면접한 뒤 감독으로 내정됐고 이사회 승인은 사후에 형식적으로 이뤄졌다. 재택근무 등 논란으로 물러난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의 경우도 정 회장이 독단적으로 결정해 정상적인 선임 절차를 무력화시켰다. 이 사태로 문체부는 축구협회에게 정 회장에 대한 중징계를 요구했고, 박지성 해설위원 등 전문가들도 “한국 축구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는 경고메시지를 냈다. 하지만 정 회장이 지난해 4번 째 회장직 연임에 성공할 정도로 축구계의 내부 자정 기능은 고장 난 상태다.

외부 비판에 귀를 닫은 축구협회의 밀실 행정에 축구인들 사이에선 무력감이 팽배했다고 한다. 이번 월드컵을 앞두고 치러진 평가전에서도 과거와 달리 관중석이 텅텅 빈 경우가 적지 않았다. 그런 가운데 이어진 참담한 32강 탈락은 대중의 냉소와 무관심을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 국가대표팀의 인기가 축구계 전반의 생태계를 이끌어온 점을 고려하면 한국 축구의 심각한 위기가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