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에서 빈곤층 아동을 위한 공부방을 운영하며 후원금을 받아 온 한국인 유튜버가 현지 중학생 여아를 임신·출산하게 한 혐의로 필리핀 경찰에 체포됐다.
4일 필리핀 경찰과 현지 언론 GMA 네트워크 등에 따르면 유튜버 A 씨는 필리핀 북부의 한 도시에 거주하며 중학생 여아와 동거한 혐의로 지난달 11일 현지 당국에 붙잡혔다. 피해 여아는 최근 A 씨의 아이를 출산한 것으로 확인됐다. 현지 경찰은 A 씨를 아동보호특별법 및 인신매매방지법 위반 등 혐의로 입건해 수사를 진행 중이다. 그는 현재 구치소에 수감돼 있다.
A 씨는 유튜브 채널을 통해 필리핀 빈곤 아동에게 공부방을 제공하는 봉사활동을 홍보하며 한국 시청자들에게 후원을 요청해 왔다. 일부 영상에서는 후원금이 1000만 원을 넘었다고 직접 공개하기도 했다. 하지만 미성년자와의 장기 동거 및 출산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본격 수사에 나선 것이다.
필리핀 경찰은 A 씨의 유튜브 계정을 사이버 순찰하던 중 미성년자들이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점에 주목해 수사에 착수했다. 필리핀은 아동 대상 성범죄가 빈발해 2022년 성관계 합의 가능 연령을 기존 12세에서 16세로 상향하는 등 관련 법을 강화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빈곤국 아동을 노린 한국인의 해외 성범죄가 반복되고 있다는 점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지난해 5월에는 베트남 호찌민에서 15세 소녀와 성매매를 시도한 20대 한국인이 현지 경찰에 적발돼 처벌받았다. 당시 그는 소녀에게 약 7만 원을 건네려다 현장에서 체포됐다. 허민숙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빈곤 국가의 아동은 유인에 취약하다는 점을 악용한 범죄”라며 “해외에서 성착취 범죄를 저지른 한국인을 단속할 수 있도록 국제 공조 체계와 경찰 행정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외교부의 ‘2024년 재외국민 사건·사고 가해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에서 범죄를 저지른 한국인은 총 3255명이다. 이 중 77.4%인 2519명이 필리핀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발생한 사건의 가해자로 집계됐다.
천종현기자 punc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