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 살 때 비행기를 타다가 ‘날개에 매달려 있으면 어떨까’ 생각한 적이 있어요. 시간이 지나서야 그 ‘상상의 날개’를 펴본 거죠. 하하.”
‘톰 형’ 혹은 ‘톰 아저씨’ 배우 톰 크루즈(63)가 다시 한번 한국을 찾았다. 벌써 12번째다. 8일 서울 송파구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에서 열린 영화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 간담회에서 만난 그는 세월도 무색하게 여전한, 특유의 능청스러운 미소로 다시 우리 앞에 섰다.
크루즈는 이번 작품에서 2438m 상공, 시속 225km의 바람을 가르며 비행기 날개에 매달렸다. 그는 “(크리스토퍼 매쿼리) 감독이 ‘날개에 올라가 보지 않겠느냐’며 농담했는데, 실제로 이뤄졌다”며 “솔직히 정말 무서웠다”고 털어놨다.
“비행기에 매달리면 맞바람이 불어요. (빠른 속도로 달리는) 자동차에서 얼굴 내미는 것도 힘들잖아요. 비행기에서, 그것도 빠른 속도로 움직인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었어요.”
이날 크루즈는 검은 정장 바지에 검은 긴팔 티셔츠를 입고 무대에 올랐다. 살짝 주름살은 늘었지만 미소는 여전히 소년 같았다. 등장과 동시에 팬들에게 연신 손을 흔들고 환하게 웃으며 ‘친절한 톰 아저씨’의 면모를 유감없이 드러냈다.
12번이나 방문한 한국은 이제 그에게 어떤 나라로 기억되고 있을까. 크루즈는 “항상 새로운 곳에 가면 관광만 하지 않고 그 나라의 문화를 받아들이려고 하는데, 한국 방문도 이런 제 꿈 중 하나”라며 “12번 방문한 게 그 증거다. 한국은 아름다운 나라고, 따뜻한 환대에 감사하다”고 했다.
17일 국내 개봉하는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은 1996년부터 시작된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의 8번째 작품. 인류를 위협하는 정체불명의 무기를 추적하는 에단 헌트(크루즈)의 여정을 그린 신작은 2023년에 개봉했던 7편 ‘데드 레코닝’의 후속편이다. 전편의 클라이맥스가 이번 영화의 서막이 되는 구조다.
이번 작품에선 극한의 수중 촬영도 눈길을 끈다. 북극해 노르웨이 최북단 스발바르 제도. 영하 40도의 혹한 속에서 크루즈는 ‘직접’ 물에 뛰어들었다. 매쿼리 감독 역시 배우와 함께 카메라를 들고 들어갔다고 한다. “미지의 영역에 있다는 점이 공포스러웠다. 숨을 쉬기 어렵고 시야도 확보되지 않았다”는 감독과 달리, 크루즈는 자신감에 찬 모습이었다. 크루즈는 “많은 사람이 극단적인 액션을 하면 무섭지 않냐고 질문하는데, 솔직히 무섭긴 하다”면서도 “그것은 (순간의) 감정일 뿐, 두렵지는 않다”고 말했다.
“어떤 걸 찍든 항상 ‘다음엔 더 잘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게 돼요. 영화 덕에 비행기도 몰게 되고, 오토바이, 자동차 경주도 다 할 수 있게 됐죠. 노래가 필요하면 노래도 배울 겁니다. 영화가 제 인생이니까요.”
크루즈는 40년 넘게 이어진 자신의 ‘영화 인생’도 들려줬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영화가 꿈이었다. 네 살 때 세계를 돌며 영화 만드는 게 꿈이었고, 첫 영화를 열여덟 살 때 찍었다”며 “침대에 누워 제 삶이 어떻게 변할까 생각하면서, 모든 걸 영화에 부어야겠다고 다짐했다. 평생 해야 할 정도로 너무 사랑하게 됐고, 내가 하는 게 뭔가가 아니라 그것 자체가 곧 나”라고 했다.
최근 할리우드에선 이번 작품이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의 마지막이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크루즈는 “신작은 30년 가까이 이어진 프랜차이즈의 정점이라고 할 수 있다”며 “그 이상은 아직 말씀드리고 싶지 않다”며 즉답을 피했다.
그렇다면 배우로서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일까.
“전 지금도 ‘워밍업(warming-up)’ 단계입니다. 인생은 ‘네버엔딩’이죠. 주 7일 영화를 만들고 있지만, 언제나 이것이 저의 꿈이죠.”
이호재기자 ho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