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가상자산 대장주 비트코인 가격이 8만 달러 아래로 내려앉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경기 침체를 감수하더라도 관세 정책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한동안 가상자산 하락세는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11일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인 바이낸스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기준 비트코인 가격은 24시간 전보다 3.58% 빠진 7만9743달러(약 1억16197만 원)에 거래 중이다. 지난달 28일 이후 열흘 만에 다시 8만 달러 선이 붕괴됐다.
이더리움도 오후 2시 기준 24시간 전 대비 9.60% 떨어진 1869달러에 거래되는 등 알트 코인(비트코인 외 가상자산) 하락 폭은 더 컸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전략 비축 대상으로 언급했던 XRP(―5.51%), 솔라나(―5.27%), 카르다노(―4.84%) 등도 낙폭을 키웠다.
미국의 전방위적인 관세 부과에 따른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 상승이 가상자산 시장까지 타격을 주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미국에서 경기 침체 신호가 잇따르면서 위험 자산으로 분류되는 가상자산 투자심리가 빠르게 위축되고 있다. 앞서 7일 공개된 2월 고용 지표에서 비농업 부문 취업자 수가 15만1000명 증가해 시장 예상치(16만 명)를 하회하는 등 미국 노동시장에서는 둔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실업률도 4.1%로 전월 대비 소폭 증가했다. 이렇듯 ‘경고음’이 울리는데도 트럼프 대통령이 폭스뉴스와의 인터뷰 등에서 관세 전쟁을 강행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하면서 가상자산 투자자들의 불안은 더 심화되는 모양새다.
‘크립토 대통령’을 예고했던 트럼프 대통령의 가상자산 정책이 투자자들의 눈높이에 못 미친다는 것도 가상자산 시장을 짓누르는 요인이다. 6일(현지 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비트코인을 비축한다는 행정명령에 서명했지만, 시장에서 기대하던 비트코인 추가 매집 계획은 나오지 않았다. 7일 백악관 주도의 ‘가상자산 서밋’에서도 구체적인 가상자산 지원책 발표는 없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중 가장 규모가 큰 ‘아이셰어스 비트코인 트러스트(iShares Bitcoin Trust) ETF’에서 지난달에만 8억 달러가 순유출됐고, 이달 들어서도 1억3000만 달러가 빠져나갔다. 가상자산 거래소 BTSE의 제프 메이 최고운영책임자(COO)는 “비트코인 가격이 7만 달러까지 떨어질 수 있다”며 “관세 전쟁이 끝나고, 미국의 기준금리가 떨어져야 가상자산 가격이 회복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동훈 dh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