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러시아가 18일(현지 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전을 논의하기 위한 고위급 회담에 착수했다. 12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갖고 ‘종전 협상의 즉각 개시’에 합의한 지 6일 만이다.
다만 2022년 2월 러시아의 침공을 당한 뒤 3년간 전쟁을 벌여 온 우크라이나는 결국 초기 협상에서 배제됐다. 이에 따라 그간 우크라이나가 종전 조건으로 내세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러시아에 빼앗긴 영토 회복 등도 사실상 힘들어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허용할 수 없고, 현재 점령 중인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일대와 2014년 강제 합병한 남부 크림반도 등을 돌려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런 가운데 영국 텔레그래프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이 지금까지 우크라이나를 지원한 대가로 5000억 달러(약 720조 원)를 우크라이나 측에 요구했다고 17일 전했다. 2023년 세계은행 기준 우크라이나의 명목 국내총생산(GDP) 1788억 달러의 약 2.8배다. GDP 대비 비율로만 보면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연합국이 패전국 독일에 막대한 배상금을 부과했던 ‘베르사유 조약’ 때보다 가혹한 조치라고 텔레그래프는 진단했다. 당시 배상금은 독일 GDP의 약 1.3배였다.
우크라이나와 함께 종전 협상에서 ‘패싱(소외)’ 위기에 처한 유럽 주요국들은 다국적군을 구성해 최대 3만 명을 우크라이나에 파병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워싱턴포스트(WP)가 전했다. 하지만 파병에 적극적인 프랑스, 영국 등과 달리 경제난이 심한 독일은 유보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결국 유럽 국가들이 우크라이나 파병 같은 실질적인 안보 조치를 취하는 건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유럽 주요국들은 17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정상회의 때도 ‘미국 지원 수준에 따라 우크라이나에 대한 안전보장을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는 원칙적인 입장만 확인했다.
신진우 nice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