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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 디젤’의 종말

Posted November. 10, 2018 07:28,   

Updated November. 10, 2018 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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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일계 이민자로 프랑스에서 태어난 루돌프 디젤. 사회주의자였던 그는 1890년대 소상공인도 쓸 수 있는 엔진 개발에 나섰다. 당시 사용되던 증기기관은 발생한 열의 10%만 에너지로 전환돼 크고 비쌌다. 디젤은 경유를 이용해 에너지 전환율이 25%가 넘는 디젤엔진을 내놨다. 경유의 영어 표현인 디젤연료도 그의 성에서 나왔다. 그러나 소망과 달리 군용 차량이나 잠수함부터 장착됐고 6·25전쟁 당시 북한군의 선봉에 선 러시아제 탱크 T34에도 사용됐다.

 ▷역한 냄새, 요란한 소음에도 연비와 힘이 좋다는 점에 매력을 느낀 유럽인은 1970년대부터 디젤 승용차를 탔다. 독일 자동차회사들은 휘발유를 쓰는 가솔린엔진보다 경유를 쓰는 디젤엔진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20“30%가량 적다는 점에 착안해 2005년경부터 ‘클린디젤’이라고 내세웠다. 폴크스바겐의 광고에서는 차가 10만 마일을 달릴 때마다 엔지니어들이 천사로 변한다. 지구 환경을 위해 좋을 일을 하고 있다는 거다.

 ▷‘저탄소 녹색성장’을 내세운 이명박 정부는 2009년 디젤차를 친환경차로 분류해 세제 혜택을 부여했다. 하지만 디젤차에선 엔진 특성상 가솔린엔진에선 별로 나오지 않는 질소산화물이 배출된다. 유럽차들이 후처리장치를 통해 이 문제를 해결했다지만 2015년 폴크스바겐의 배기가스 조작 사실이 드러나면서 클린디젤은 ‘더티디젤’로 추락했다. 질소산화물은 국내 미세먼지, 초미세먼지의 주범으로 꼽힌다. 환경부가 10년 만에 클린디젤 정책을 폐기하고 디젤차를 순차적으로 퇴출시키겠다고 8일 선언한 배경이다.

 ▷유럽에서도 디젤차의 퇴출이 시작됐다. 엄청난 돈을 챙긴 독일 회사들은 큰 문제가 없다. 하지만 현대차는 2015년 디젤모델을 내놨다가 본전도 못 챙기고 철수 수순에 들어갔다. 국내 정유업계도 뒤늦게 디젤 정제시설을 늘려 상투를 잡은 격이다. 그럼 전기차, 수소차가 친환경차의 대세가 된 걸까. 수명이 끝난 전기차 배터리는 어떻게 처리할지, 수소를 만드는데 필요한 전기는 어떻게 친환경적으로 생산할지에 대해선 여전히 답이 없다.


정세진 mint4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