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기무사 문건 즉각 제출… 軍불신 이렇게 키울 일인가

　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국군기무사령부의 ‘전시 계엄 및 합수업무 수행방안’ 문건과 관련해 국방부와 기무사, 각 부대 사이에 오간 모든 문서와 보고를 즉시 제출하라고 지시했다. 10일 인도 방문 중에 독립 수사단을 구성하라고 특별지시를 내린 지 6일 만이다. 이번 지시는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4월 30일 기무사 개혁방안을 놓고 청와대 참모진과 논의하면서 관련 문건의 존재와 내용의 문제점을 간략히 언급했다”고 해명한 직후 이뤄졌다.

　기무사 문건과 관련한 문 대통령의 잇단 지시는 이례적이다. 이 사안에 대한 독립 수사 지시가 해외 출장 중 긴급히 결재할 정도로 중대한 사안이었는지 논란이 식지도 않은 터에 국방부 특별수사단의 사실상 핵심 수사 자료를 즉시 제출하도록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수사와 별도로 군 통수권자로서 실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지만 송 장관 지휘까지 배제한 특별수사단도 믿지 못하겠다는 노골적 불만 표출이 아닌가 싶다.

　기무사 문건을 둘러싼 논란을 증폭시킨 것은 송 장관의 안이한 대처와 오락가락 해명에 있는 게 사실이다. 그제 국방부는 오래 전 외부 전문가에게 받았다던 법리검토를 받은 적이 없다고 말을 바꿨다. 송 장관이 한 행사장에서 만난 감사원장에게 지나가듯 물어본 게 전부였다는 것이다. 송 장관은 어제는 입장자료를 통해 청와대 참모진과의 논의에서 ‘과거 기무사의 정치개입 사례 중 하나’로 거론했다고 밝혀 책임을 미루려는 듯한 인상마저 줬다.

　기무사 문건의 실체에 대해선 실제 그런 준비나 실행 단계까지 갔는지, 관련 부대가 출동 준비를 했는지, 해당 지시를 어디까지 내렸는지를 엄중히 조사하면 쿠데타를 모의한 것인지, 아니면 유사시를 대비한 실무 차원의 검토인지 가릴 수 있다. 특별수사단의 수사 결과를 보면 금세 드러날 일이다. 그런데도 수사 결과도 기대할 것이 없다는 것인지, 아니면 그것도 기다리지 못할 만큼 급박한 사정이라도 있다는 것인지 궁금하기만 하다.

　이런 사정 때문에 군 안팎에선 청와대와 여권 인사까지 끼어든 갈등과 음모설이 쏟아지고 있다. 이달 안에 단행될 것으로 보이는 개각을 앞두고 송 장관 교체, 나아가 민간인 장관 기용과 기무사 해체 등을 염두에 둔 수순 밟기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온다. 지금 중요한 것은 기무사 문건의 실체를 엄정하게 규명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정작 실체 규명은 뒷전이고 이를 빌미로 군을 흔드는 암투가 벌어진다면 이것이야말로 본말전도(本末顚倒)가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