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헌재 심판 방해하는 조직적 불출석, 박 대통령 뜻인가

헌재 심판 방해하는 조직적 불출석, 박 대통령 뜻인가

Posted January. 06, 2017 07:12,   

Updated January. 06, 2017 09:28

ENGLISH

 어제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2차 변론기일에서 국회 탄핵소추위원과 박근혜 대통령 대리인 측은 치열한 법리공방을 벌였다. 국회 소추위원 측은 “(박 대통령의 행위는) 파면 결정이 정당화될 정도의 중요한 법 위반 행위”라고 주장했으나 박 대통령 대리인 측은 “탄핵소추 사유가 사실인지 입증되지 않았다”며 검찰 측 수사결과를 전면 부인했다. 박 대통령의 헬스 트레이너로 이날 유일하게 증인으로 나온 윤전추 전 청와대 행정관은 ‘모르쇠’로 일관하다 주심인 강일원 재판관으로부터 “다 모른다고 하면 뭔가 부정한 게 있었던 것 같은 의혹이 일 수 있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정작 헌법재판소에 출석해야 할 피청구인과 주요 증인은 출석을 여전히 거부하거나 잠적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2차례에 걸친 헌재의 출석 요구를 모두 거부했다. 이재만 전 대통령총무비서관과 안봉근 전 국정홍보비서관은 아예 잠적해 출석요구서조차 전달하지 못했다. 출석요구서가 전달되지 않으면 강제구인도 불가능하다. 증인 채택을 취소하지 않으면 탄핵심판 일정이 줄줄이 지연될 수밖에 없다. 청와대에 근무 중인 이영선 경호관 역시 어제 불출석사유서를 내고 심판정에 나오지 않았다.

 박 대통령의 측근들이 줄줄이 출석을 거부하는 것은 뭔가 미심쩍다. 박 대통령 측에서 내밀한 지시가 내려가지 않았다면 이들이 대통령의 의중을 읽고 조직적으로 출석을 거부하는 모양새다. 이는 헌재 탄핵 심판 일정을 지연시켜 ‘기각 결정’을 유도하자는 의도로 읽힌다. 이달 31일엔 박한철 헌재 소장의 임기가 만료되고, 이정미 재판관은 3월 13일 퇴임한다. 박 대통령 측은 재판관이 줄어들수록 탄핵 인용을 위한 정족수(전체 9명 중 6명)를 채우기가 쉽지 않다고 보는 것 같다. 하지만 2명의 재판관이 줄어든다고 해서 헌재가 결론을 못 낼 바는 아니다. 법적 하자도 없다.

 미국의 리처드 닉슨 대통령은 자신의 탄핵이 임박하자 스스로 사임했다. 사임을 거부한 브라질의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은 탄핵 심판이 열린 상원에 직접 나가 소상히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법적 권리인 잠적이나 불출석, 묵비권을 행사했다고 해서 무작정 비난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대한민국을 뒤흔들고 국정을 마비시킨 전대미문의 사태다. 그리고 그 중심에 선 박 대통령은 진실을 밝혀야 할 정치적 도덕적 의무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