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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전통춤의 거목 이매방 명인 별세

Posted August. 08, 2015 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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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전통춤의 거목 우봉() 이매방 명인(본명 이규태)이 7일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8세.

1927년 전남 목포에서 태어나 일곱 살 때 옆집에 살던 목포 권번(기생들의 조합)장의 권유로 권번교에서 춤을 배우기 시작했다. 이후 1900년대 한국 전통춤을 확립한 이창조 이대조 박영구에게서 승무와 검무, 살풀이 등을 사사했다. 15세 때 목포에서 명창 임방울 공연에 출연해 승무를 춰 대중에게 알려지면서 80여 년간 춤 인생을 걸었다.

고인은 승무와 살풀이춤을 비롯해 입춤, 검무, 장검무, 장구춤, 사풍정감, 초립동, 승천무 등 19종의 춤을 췄다. 1987년 중요무형문화재 제27호 승무 예능보유자로, 1990년 중요무형문화재 제97호 살풀이춤 예능보유자로 지정됐다. 고인의 승무는 다양한 북 가락, 세찬 장삼놀음, 기교적인 발 디딤새가 특징이며 살풀이는 한국 전통춤 특유의 정중동()을 구현해냈다고 평가받았다. 국수호 국수호디딤무용단 예술감독은 이매방 선생은 기방 예인들의 춤을 고스란히 간직하면서도 전통춤의 부활을 가져다주신 분이라고 회고했다.

고인은 1978년 프랑스 렌에서 열린 세계민속예술제에 한국 대표로 참가하고 1986년 일본과 미국에서 순회공연을 펼치는 등 한국 전통춤의 아름다움을 해외에 알렸다.

2007년 위암 판정을 받았지만 2009, 2010년 여든이 넘은 나이에도 무대에 올라 승무와 살풀이를 선보였다. 2012년 부채춤의 대가 김백봉 선생과 함께 무대에 오른 게 대중 앞에서 펼친 마지막 공연이었다. 고인의 임종을 지킨 제자이자 한국무용가 백경우 씨는 지난해 8월 제자들만 모인 개인발표회에서 직접 입춤을 선보일 정도로 춤에 대한 의지와 힘이 넘치셨다며 애도했다.

고인은 자신이 오르는 무대의 의상과 소품을 모두 직접 제작하고 제자들의 옷까지 모두 지어주는 것으로도 유명했다. 진옥섭 한국문화의집 예술감독은 이사한 집의 장롱 높이가 맞지 않자 직접 톱으로 썰어 높이를 맞춘 적이 있을 정도로 매사에 완벽을 추구하는 완벽주의자셨다며 한 땀 한 땀 정성들여 옷을 짓듯 춤에서도 천의무봉()이셨던 분이라고 회고했다. 1984년 옥관문화훈장, 1992년 한국예총 예술문화대상, 1995년 성옥문화상을 받았으며 1998년에는 프랑스 문화부로부터 예술문화훈장을 받기도 했다.

유족으로는 부인 김명자 씨와 딸 이현주 씨, 사위 이석열 씨가 있다. 빈소는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발인은 10일 오전 7시 반, 장지는 경기 광주시 시안가족추모공원이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