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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 인터넷과 창조경제

Posted March. 11, 2015 07:22,   

아이가 오줌을 싸면 보호자에게 알려주는 기저귀, 집주인의 스마트폰에 연결돼 문 앞에 서 있는 사람의 사진을 찍어 전송해 주는 초인종, 스마트폰을 밥솥에 갖다 대면 조리법이 입력되는 전기밥솥, 올라서면 심박수까지 측정해 주는 체중계. 제품의 고유한 기능에 인터넷 기능을 더한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IoT) 상품이다. 맹인도 운전할 수 있는 구글 카는 IoT 기술의 정점을 보여준다.

미국 정보기술(IT) 연구 및 자문 회사인 가트너는 2020년까지 PC와 태블릿, 스마트폰 등 전통적 인터넷 기기를 제외하고도 260억 대의 기기가 인터넷에 연결된다고 내다봤다. 부가가치도 엄청나 2020년까지 IoT 산업 매출은 30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시스코의 최고경영자(CEO) 존 체임버스는 IoT가 하이테크 산업 역사상 가장 큰 사건이 될 것이라고 예견했다.

정보강국을 자부하는 한국의 IoT 경쟁력이 100점 만점에 52.2점, 주요 20개국 중 12위밖에 안 된다는 성적표가 나왔다. 컨설팅기업 액센츄어 평가 결과 미국이 64점으로 1위이고 그 다음이 스위스(63.9점) 핀란드(63.2점)다. 한국은 연구개발(R&D) 비용 및 인적 인프라, 대중의 제품 구매 및 신기술 수용 능력에서 나쁘지 않은 점수를 받았으나 사업기반(14위)과 혁신동력(13위)에서 떨어졌다. 기술이 있어도 투자를 받기 어렵고 리스크를 짊어지려고 하는 기업가 정신도 부족하다는 얘기다.

기술이 시장으로 이어지지 않는 현상은 IoT뿐만 아니라 한국 벤처 생태계의 고질적 문제다. 미국은 압도적 규모의 에인절 캐피털과 벤처 캐피털이 벤처기업의 실패를 기꺼이 용인해 준다. 한국의 벤처 캐피털은 규모가 작을 뿐 아니라 실패하지 않을 기술이나 단기 성과를 낼 수 있는 곳에만 돈을 대주니 벤처(모험)라는 이름이 아깝다. IoT 관련 시제품을 만들기 위해 투자자를 찾아가면 시제품부터 가져오라는 식이다. IT 선진국에서 IoT 선진국으로 가는 것이 바로 창조경제일 것이다.

정 성 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