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유대균측 횡령한 돈, 회사-교회에 썼다

Posted August. 28, 2014 06:00,   

ENGLISH

27일 오전 10시 반경 인천지법 413호 대법정. 인천지법 형사12부(부장판사 이재욱) 심리로 상표권 사용료 등의 명목으로 청해진해운 등 계열사로부터 70여억 원을 횡령 및 배임한 혐의로 기소된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73사망)의 장남 대균 씨(44)와 도피를 도운 호위무사 박수경 씨(34여)에 대한 첫 재판이 열렸다.

이날 공판에서 대균 씨는 하늘색 수의를 입은 채 초췌한 모습으로 법정에 들어섰다. 대균 씨 측 변호인은 검찰이 제기한 혐의 가운데 일부만 인정한 반면 박 씨는 검찰 측 공소 사실을 대부분 인정했다.

대균 씨 측 변호인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의 세부 조항이 일부 잘못 적용됐다. 횡령한 돈을 개인적으로 쓰지 않고 회사와 교회 운영 등에 사용했다며 정상을 참작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2002년부터 지난해까지 청해진해운 등 계열사 7곳으로부터 상표권 사용료 등의 명목으로 73억9000여만 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30일 부친의 장례식에 참석하도록 구속집행을 정지해달라고 법원에 신청했다. 법원 관계자는 통상 가족의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한 구속집행정지 신청은 도주할 우려가 없으면 조건부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기독교복음침례회(일명 구원파)는 30일부터 이틀 동안 경기 안성시 금수원에서 유 씨의 장례식을 열기로 했다.

대균 씨는 재판 직후 법정을 빠져나가며 찾는 사람이 있는 듯 고개를 돌리며 방청석을 관심 있게 살펴보기도 했다.

앞서 오전 10시 같은 법정에서는 박 씨와 구원파 신도 하모 씨(35여) 등 도피 조력자 3명의 공판이 열렸다. 박 씨는 경찰에 체포됐을 당시의 당당함은 없었다. 얼굴에는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다. 재판이 열리는 동안 고개를 숙인 채 아래만 쳐다보며 재판장의 질문에 작은 목소리로 답했다. 그는 유대균 씨의 부인과 아이들과의 개인적 친분 때문에 (대균 씨의) 도피를 도왔을 뿐 처음부터 의도한 건 아니었다고 진술했다.

한편 대균 씨 재판에는 유 전 회장의 매제 오갑렬 전 체코 대사(60)가 참석했다가 질문 공세를 펼치는 방송 취재진과 실랑이를 벌였다. 유 전 회장의 도피를 기획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오 전 대사의 첫 재판은 내달 3일 열린다.

인천=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