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박인비 "곧 내 앞에 서겠는걸, 리디아"

Posted December. 12, 2013 05:35,   

ENGLISH

골프 여왕 박인비(25)는 리디아 고(16)가 프로 데뷔 후 불과 2개 대회 만에 정상에 오르는 과정을 바로 곁에서 지켜봤다. 8일 대만에서 끝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스윙잉 스커츠 월드 레이디스 마스터스 최종 3라운드에서 리디아 고, 절친한 후배 유소연(23)과 챔피언 조에서 맞붙은 것. 박인비가 리디아 고와 같은 조에서 경기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9일 귀국한 박인비는 나이가 믿어지지 않을 만큼 긴장한 티가 전혀 없었다. 어려도 경기운영이 노련했다고 칭찬했다. 그는 또 또박또박 똑바로 공을 잘 치는 10대는 많다. 리디아 고는 그런 10대 선수들을 넘어 이미 프로들과 견주어도 충분히 성숙한 모습이라고 덧붙였다.

박인비는 마지막 날 2언더파를 쳐 리디아 고에게 4타 뒤진 3위로 마쳤다. 리디아 고는 유소연에게 1타 뒤진 2위로 마지막 라운드에 나서 경기 한때 3타 차까지 뒤졌다. 후반 들어 무서운 집중력을 보인 끝에 3타를 줄여 뒤집기에 성공했다. 박인비는 긴장할 만한 상황이었는데도 (리디아 고의) 표정 변화가 전혀 없어 놀랐다. 중거리 퍼트도 뛰어났다고 평가했다. 플레이에 대해서는 거의 조언할 게 없고 자기관리도 철저해 보였다는 게 박인비의 얘기. 아이언은 6번부터 쓰며 하이브리드 클럽 3개를 갖고 다니는 리디아 고의 클럽 구성에 대해 나 같은 경우는 아이언 플레이에 자신이 있어 5번 아이언부터 넣고 다닌다. 리디아 고는 하이브리드 클럽으로 공을 세우는 능력이 탁월했다고 말했다.

박인비는 프로가 되면 아무래도 성적에 부담이 생기고 생각이 많아지다 보면 퍼포먼스가 안 나올 수 있다. 프로라고 특별히 의식하기보다는 아마추어 때처럼 홀가분하게 마음먹어야 한다. 외부 압박을 견뎌내는 게 중요하다고 충고했다.

뛰어난 후배의 가세가 박인비에게도 자극이 됐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 실력 있는 어린 선수가 많아지는 것은 선배 선수들에게 부담이 될 수도 있어요. 그만큼 더 노력해야죠.

박인비는 이날 발표된 세계 랭킹에서 35주 연속 1위를 지켰다. 리디아 고는 지난주보다 두 계단 상승한 4위에 이름을 올렸다. 내년 시즌 LPGA투어에서 본격적으로 대결을 펼칠 이들의 공통적인 목표는 2016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출전. 태극 마크를 단 박인비와 뉴질랜드 대표로 나설 리디아 고가 금메달을 다툴 수 있을까. 상상만으로도 골프팬들의 가슴을 뛰게 한다.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