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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의 태극기와 애국가, 북변화의 미풍인가

평양의 태극기와 애국가, 북변화의 미풍인가

Posted September. 16, 2013 06:35,   

남북 분단 이후 처음으로 평양에서 태극기가 게양되고 애국가가 울려 퍼졌다. 북한은 14일 평양 류경 정주영 체육관에서 열린 2013 아시안컵 및 아시아 클럽역도선수권대회에 출전한 한국 선수가 1, 2위를 차지하자 국제경기 규칙대로 축하 세리머니를 진행했다. 북한 관중은 태극기가 올라가고 애국가가 연주되는 동안 기립해서 예의를 표시했고 북한 조선중앙TV는 하루 뒤 7초가량 녹화 방영했다. 북한의 대남()정책이 합리적으로 변하는 게 아닌가 하는 기대가 생긴다.

북한은 그동안 우리 태극기와 애국가에 극도로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2008년 평양에서 열려야 했던 2010 남아공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남북한전이 북한의 반대로 상하이에서 진행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북한 당국은 수만 명 관중이 지켜보고 TV로 중계하는 가운데 애국가를 연주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 바람에 리턴 매치를 제3국에서 열어야 했다.

상호주의 측면에서도 북한의 애국가와 태극기 거부는 옹졸한 것이었다. 남한은 국내에서 개최하는 스포츠 행사에 북한이 참가할 경우 예외 없이 인공기 게양과 북한 국가 연주를 허용했다.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을 비롯해 국내에서 열린 각종 스포츠 행사에 출전한 북한 선수들은 우리 관중의 아낌없는 환영을 받았다.

북한이 금과옥조()처럼 여기는 104 공동선언에도 남과 북의 상호존중 항목이 분명히 들어있다. 평양에서 울려 퍼진 애국가와 태극기가 북한의 변화를 보여주는 것이라면 그 의미가 작지 않다. 박근혜 대통령이 추진하는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도 원칙을 지키면서 작은 곳에서부터 신뢰를 쌓아 남북관계를 풀어보자는 것이다.

개성공단이 남과 북의 합의에 따라 오늘 165일 만에 다시 가동된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첫 남북이산가족 상봉행사도 25일로 예정돼 있다. 북한이 무력도발과 적대정책을 버리고 대화를 통한 협력에 호응한다면 남북관계에 훈풍이 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