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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가동에 지친 화전 향후 2, 3일이 고비

Posted August. 13, 2013 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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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오후 2시경 등기부등본을 발급받기 위해 서울의 한 구청을 찾은 정모 씨(37)는 구청 건물에 들어서다 깜짝 놀랐다. 에어컨 가동이 중단된 가운데 사무실 전등마저 모두 꺼져 있었기 때문이다. 사무실 한편에 설치된 온도계가 가리키는 실내온도는 34도. 한증막을 방불케 하는 찜통더위에 놀란 정 씨는 결국 서류 발급을 포기하고 5분 만에 구청을 나섰다.

올여름 최악의 전력난이 닥칠 것으로 우려됐던 12일, 정부가 공공기관 냉방기 전면 가동 중단 등 초유의 대책들을 총동원하면서 전력위기 첫 고비는 예상보다 순조롭게 넘겼다. 잇따른 화력발전소 고장으로 이날 오전 한때 2011년 915 정전사태가 재연될 것이라는 위기감이 고조됐으나 각종 전력절감 대책으로 전력수급난에 숨통이 트인 것. 하지만 전력난은 광복절 전날인 14일까지 이어질 전망이어서 긴장의 끈을 놓기에는 이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예비전력은 390만480만 kW를 유지했다. 당초 예비전력이 160만 kW까지 떨어져 전력경보 4단계인 경계가 발령될 것으로 예상했던 것에 비하면 전력수급이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한 것이다. 전력난이 예상보다 크게 악화되지 않은 것은 정부가 각종 비상 전력대책을 동원해 대규모 예비전력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전력거래소는 이날 백화점 강제절전, 산업체의 조업시간 조정, 민간 자가발전기 가동 등으로 706만 kW의 전력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특히 강제절전 등으로 낮춘 전력수요는 464만 kW로 목표치(365만 kW)를 100만 kW가량 초과했다.

월요일 효과 역시 전력수요가 당초 우려보다 크게 치솟지 않은 원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주말 냉방기가 가동되는 쇼핑몰 등으로 나들이를 나섰다 회사로 복귀하는 월요일에는 냉방기 가동이 다른 요일에 비해 줄어든다. 실제로 2000년 이후 여름철 전력피크 발생 요일을 살펴보면 수요일과 목요일은 각각 4회, 3회에 이르는 반면 월요일은 1회에 그친다.

문제는 13, 14일도 무더위 속에 전력난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화력발전소 가동 정지 등 예상치 못한 악재들이 터져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원자력발전소 비리로 현재 전국 원전 23기 가운데 6기가 가동이 정지되면서 화력발전소들은 이미 몇 개월째 최대 출력으로 풀가동되고 있는 상황이다. 초여름부터 지속된 전력난으로 계획됐던 예방 정비조차 건너뛴 화력발전소들은 이미 5월부터 잇따라 고장을 일으키며 정지와 재가동을 반복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통상 1년 중 전력수요가 가장 적은 4, 5월에 60여 기의 화력발전기를 정비하는데 올해는 전력난으로 상당수 발전소가 정비를 하지 못한 상황이라며 대형 화력발전소가 추가 고장 나면 전력수급에 굉장한 어려움이 닥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문병기홍수영 기자weapp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