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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쟁이는 몰래 털 뽑아도 되는 거위인가

월급쟁이는 몰래 털 뽑아도 되는 거위인가

Posted August. 10, 2013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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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동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은 어제 청와대 춘추관에서 내년도 세제개편안과 관련해 언론보도가 굉장히 단편적으로 얘기돼 있어 쉽게 전달하기 위해 브리핑하게 됐다며 1시간가량 부연 설명했다. 그러나 내년도 지방선거를 걱정하는 여당에서는 다른 목소리가 나왔다.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성실히 세금을 납부해온 유리지갑 중간 소득계층인 샐러리맨들이 지나치게 세금을 부담하게 되면 반드시 시정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김기현 새누리당 정책위의장도 전체적으로 방향은 맞지만 중산층 세 부담이 늘어나는 문제는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조세연구원에서 이 주제를 갖고 공청회를 연 것이 지난 달 23일이다. 기획재정부는 발표에 앞서 당정청 협의를 했다. 그런데도 발표를 하고 나서야 당과 청와대가 이의를 제기하다니 사전조율을 제대로 했는지 의문이다. 세제개편안은 5일 현오석 경제부총리가 출입기자들에게 브리핑했고 엠바고(보도 유예)를 거쳐 9일자 조간신문부터 보도했다. 언론들은 연봉 3450만 원 이상이면 세금이 늘어난다고 보도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복지공약 재원 마련을 위한 봉급생활자 쥐어짜기라는 말도 나왔다. 정부가 유리지갑 봉급생활자들의 불만을 예견하지 못했다면 정책 감각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세금은 납세자들이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최대관심사항이다. 조 수석은 3450만7000만원 연봉자가 한 달에 1만3000원 세금을 더 내는 것은 감내해야 하지 않느냐며 고소득층의 세금 부담이 훨씬 더 늘어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프랑스 루이14세 때의 콜베르 재무상의 말을 인용해 거위가 고통을 느끼지 않도록 깃털을 살짝 빼는 것이 세금을 걷는 것이라며 이것이 내년 세제개편안의 취지라고 말했다. 국민은 몰래 깃털이나 뽑혀도 되는 거위라고 생각하는 조 수석의 인식이 우려스럽다. 유식()을 과시하려다 납세자를 화나게 만든 매우 부적절한 비유다.

박 대통령의 복지공약을 이행하는데 필요한 돈이 집권 5년 동안 135조원이다. 기재부는 이번 세제개편으로 연간 2조4900억원의 세수()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렇게 쥐어짜도 공약재원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청와대와 정부는 먼저 복지공약 구조조정과 공공부문 지출축소부터 하고 국민들에게 고통분담을 호소하는 것이 순리다. 내년도 세제개편안은 국회에서 통과돼야 최종 확정된다. 당정간에 조율 기회도 남아있으니 봉급생활자들에게 지나치게 부담을 지우는 부분은 손질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