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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질문 하나도 안받는 대선후보 기자회견

[사설] 질문 하나도 안받는 대선후보 기자회견

Posted November. 17, 2012 0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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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오전 10시경 안철수 대선후보를 담당하는 기자들에게 안 후보의 긴급 기자회견이 있다는 내용이 통보됐다. 그로부터 40분 뒤 안 후보가 서울 종로구 공평동 캠프 기자실에 나타나 문재인 후보와 국민께 드리는 말씀이라는 회견문을 읽었다. 회견문은 1000자 안팎의 분량으로 낭독에 걸린 시간은 약 5분. 안 후보는 회견문만 읽고 곧바로 퇴장하고 기자들의 질문은 박선숙 공동선대본부장이 대신 답변했다. 대선후보가 긴급 기자회견을 열 정도라면 내용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안 후보가 기자들의 질문을 직접 받지 않은 것은 겸손하게 비쳐지지 않았다.

기자들의 송곳같은 질문을 껄끄러워 하는 것은 비단 안 후보뿐만이 아니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도 이달 6일 정치쇄신안, 11일 가계부채대책안을 발표하는 기자회견 때 박 후보는 발표문만 읽은 뒤 퇴장했고 질의응답은 캠프의 다른 사람이 맡았다. 두 후보에 비하면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는 그나마 나은 편이다. 자문교수 등 다른 사람이 대신 답변할 때도 있지만 자신이 직접 답변을 하는 경우도 많다. 11일 종합 공약 발표 때도 그랬다. 그런 문 후보마저도 질의응답이 충분히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대선 후보들의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은 국민을 대신해서 묻는 것이다. 대선 후보들은 설사 거북한 질문이 있더라도 성실하게 답변해야 한다. 후보들이 말끝마다 국민과의 소통 운운하면서 정작 국민 앞에 나와서는 하고 싶은 얘기만 일방적으로 쏟아내는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실수가 겁나서인지도 모르겠다.

대선 운동이 본격화한 9월 이후 후보 토론회가 단 한 차례 열리지 않은 것도 비정상적이다. 1997년 대선 때 후보 토론회가 처음 도입된 이래 2002년 27회, 2007년 11회에 걸쳐 대담 또는 토론회가 열린 것과는 대조적이다. 방송사나 언론단체 등에서 토론회를 열려고 해도 후보들이 이런저런 이유로 기피한다. 한국기자협회가 19일 문 후보, 20일 안 후보를 초청해 토론회를 열고 채널A 등이 생중계할 예정이다. 국민은 후보들이 기자들의 질문에 얼마나 성실하게 답변하는지 지켜볼 것이다. 박 후보는 야권 단일후보가 정해진 이후 토론회에 참가할 것이라고 한다.

미국 대선 때 후보들은 기자회견이나 대담을 통해 활발한 소통을 보여주고 토론회를 통해 자질과 비전을 검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우리의 대선 풍토와 후보들의 폐쇄성은 정말 답답하다. 이러다간 대선 운동 기간에 중앙선관위가 주최하는 법정 토론회 3차례 외에는 유권자들이 토론다운 토론도 보지 못한 채 투표장으로 향해야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