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국제금융시장에서 한국 정부와 국내 기업을 통틀어 사상 최저 금리로 채권을 발행하는 데 성공했다. 글로벌 대표기업으로서 삼성전자의 위상이 높아지고 한국의 국가신용도가 상승하는 추세에 힘입은 것이다. 이를 계기로 앞으로 국제시장에서 한국 기업의 외화 조달비용이 더 낮아지는 긍정적인 영향이 기대된다.
3일 금융계에 따르면 2일(현지 시간) 삼성전자 미주법인은 미국 뉴욕에서 5년 만기 달러화 채권 10억 달러어치를 발행하는 데 성공했다. 금리는 미 국채 5년물에 가산금리 0.8%포인트를 얹은 수준으로 연 1.827%다. 국제금융센터는 이번 삼성전자의 채권금리는 수익률 기준으로는 역대 한국물 중 가장 낮고, 가산금리 기준으로는 두 번째로 낮은 것이라고 밝혔다. 가산금리 기준 역대 최저금리는 2007년의 KT 채권으로, 당시 5년 만기 채권이 미 국채 대비 0.72%포인트 높은 수준에서 발행됐다.
이날 삼성전자는 당초 채권 가산금리를 1%포인트 수준으로 맞추고 시장의 동향을 살폈지만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금리가 0.9%포인트로 한 차례 낮아졌으며 결국 0.8%포인트 수준에서 최종 결정됐다. 삼성전자 채권에는 발행가액의 4.4배에 이르는 44억 달러가 몰린 것으로 전해졌다. 국제 자본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외화채 발행은 1997년 10월 이후 15년 만에 처음이다.
윤인구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무디스가 전날 한국의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긍정적으로 상향 조정한 데다 15년 만에 나온 삼성전자의 채권이라는 희소가치 덕분에 금리가 낮아진 것으로 보인다며 이를 계기로 앞으로 한국의 회사채나 은행채들이 수혜를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 국제 자본시장에서 한국물 채권의 가산금리는 한국 경제에 대한 신뢰 회복과 글로벌 증시 호황의 영향으로 2%포인트대 초반까지 하락했다.
이번 삼성전자 채권은 한국 정부의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이나 정부가 지급보증을 하는 공기업의 채권보다도 신용도가 높았다. 정부가 가장 최근 외평채를 발행한 것은 2009년으로 당시 금리는 미국 10년 만기 국채에 4.375%포인트를 추가한 것이었다. 다만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삼성전자 본사가 보증을 했을 뿐 현지법인이 발행한 것이어서 이번 채권에는 한국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반영되지 않았다며 엄밀히 말해 이를 한국물로 볼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생각해볼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