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알자지라 서울지국

알자지라(Al Jazeera)라는 위성방송이 세계의 눈을 집중시킨 것은 2001년 911테러를 일으킨 오사마 빈라덴의 육성테이프를 단독 보도하면서부터다. 알자지라는 섬 혹은 반도, 그러니까 아라비아반도란 의미다. 1996년 11월 카타르 국왕 셰이크 하마드가 도하에서 설립한 위성 보도채널로 출발했다. 현재는 영어 보도채널, 스포츠채널 등 20여 개 채널에 시청자 2억2000만 명을 확보한 세계적인 미디어그룹으로 성장했다.

알자지라가 개국했을 때 사람들은 그저 그런 방송사가 하나 더 생기는 것쯤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국왕의 개인 투자로 설립된 점이 정부의 입김을 막아주는 역할을 하면서 명성을 얻기 시작했다. 당시 사우디아라비아 왕실은 왕실에 비우호적이었던 영국 BBC 아랍채널을 폐쇄했는데, 이때 갈 곳 없던 BBC 기자들을 대거 고용한 것도 성공 요인이 됐다. 카타르 국왕은 BBC에서 하던 대로만 하라며 편집권에 관여하지 않았다.

알자지라의 뉴스는 중동 정세에 관해 CNN 등 서방언론의 시각에 익숙해져 있던 시청자들에게 신선한 맛을 안겼다. 2002년 2차 팔레스타인 무장봉기 당시 서방언론은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에 공격당하는 장면을 주로 보도했지만 알자지라는 팔레스타인이 공격당하는 광경도 내보냈다. 911테러 이후 알자지라 기자들은 유일하게 아프가니스탄에 들어갈 수 있었고, 서방 언론이 접촉할 수 없는 헤즈볼라 지도자들도 인터뷰했다. 그러다보니 테러 집단과의 연계 의혹도 제기돼 911테러 직후 미군이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알자지라 사무실을 공습하기도 했다.

알자지라 방송이 올해 상반기 서울에 지국을 설치할 계획이라고 한다. 드라마, 게임, 한식 등 중동의 한류 붐과 무관하지 않은 듯하다. 알자지라는 60여 개국에 특파원 400명을 파견하고 있으며 아시아에는 베이징, 쿠알라룸푸르, 마닐라 3곳에 지국을 두고 있다. 그동안 알자지라는 광우병 촛불시위, 이라크 파병 등 우리 뉴스를 보도했다. 앞으로 한국 뉴스 비중이 더 늘어날 것이다. 세계인이 알자지라를 통해 중동 문제에 대한 시각을 넓혔듯이 중동 사람들도 우리의 모습과 생각을 바르게 알게 되었으면 한다.

정 성 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