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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성의 비밀은 충성

Posted July. 16, 2010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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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북한 감옥에는 수감자들이 넘친다고 한다. 한국의 경찰과 국가정보원에 해당하는 북한의 양대 보안기관인 인민보안부와 국가안전보위부가 2월 8일에 연합성명을 내고 불순세력을 쓸어버리기 위한 보복성전을 다짐한 이후 사람들을 잡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한동안 잠잠했던 공개총살도 각지에서 다시금 대대적으로 부활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지금 북한에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보안기관의 충성경쟁

2월부터 시작된 보위부와 보안부의 대대적인 탄압은 북중 국경지역에서 특히 두드러졌다고 한다. 이들 기관은 내부적으로 전투기간을 선포하고 대규모 검열단과 전파탐지역량을 국경에 집중시켜 탈북자, 탈북방조자, 중국 휴대전화 소지자 등을 마구잡이로 체포했다. 국경 일대에는 지금 살벌한 공포가 흐르고 있다는 소식이다.

대북라디오방송인 자유아시아방송과 열린북한방송은 지난달 말 함경북도 온성군에서 살인 및 인신매매 등의 혐의로 북한 주민 3명이 공개총살됐다고 보도했다. 탈북단체인 NK지식인연대도 함북 무산군에서 주민 14명이 탈북 기도 및 방조, 휴대전화 소지, 마약 밀매 등의 혐의로 곧 처형될 것이라고 최근 전했다. 한 북한 소식통은 온성과 무산 사이에 있는 회령시에서 곧 더 많은 처형자가 나올 것이라고 전했다.

보위부와 보위사령부가 수백 명으로 구성된 대규모 탈북자 체포조를 중국 옌볜()과 내륙의 산둥() 성, 윈난() 성 쿤밍() 등에 파견했다는 정보도 끊임없이 흘러나오고 있다. 실제로 예전에는 안전지대로 분류됐던 쿤밍에서 탈북자들이 체포돼 북송되는 사례도 최근 늘어나고 있다. 북한이 이처럼 중국 지역 깊숙이 체포조를 파견해 탈북 통로를 차단한 전례는 없다.

NK지식인연대는 13일 보안부가 주민 통제를 용이하게 만들기 위해 2012년을 목표로 전국 주민등록 전산화 작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 행방불명자도 함께 조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북한 소식통은 김정일의 후계자로 내정된 김정은이 올 초부터 본격적으로 보위부와 보안부 장악에 나서면서 내부에서 충성경쟁이 벌어지고 있다며 김정은은 올 4월 보안성을 보안부로 승격시키는 등 보안기관에 힘을 실어주는 동시에 자신에게 보고라인이 집중되게 만들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찰총국 장악 후 천안함 공격

김정은은 지난해에는 정보기관 장악에 총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 노동당 작전부와 35호실(대외정보조사부), 인민무력부 정찰국이 통합돼 정찰총국이라는 기관이 생겼으며 정보기관의 최종 결재는 김정은에게 집중됐다.

김정은이 정찰총국을 장악한 뒤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 암살요원들이 남파됐다. 한국 정보당국은 천안함 공격도 정찰총국이 주도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김정은이 아버지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직접 지시했는지, 아니면 수하들이 충성경쟁을 벌이는지에 상관없이 북한의 행동이 과격해진다는 점은 유의할 대목이다.

북한 소식통은 그의 다음 목표는 노동당 장악이라고 전했다. 올 9월 노동당 대표자회의도 그런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최근 노동당 내부에선 나이든 간부들을 내치고 젊은 간부들을 등용하는 세대교체 바람이 불고 있다. 이런 점에서 노동당 원로인 이제강 조직지도부 부부장이 지난달 교통사고로 사망한 것도 의미심장한 일이다. 당 장악은 정보 및 보안기관에 비해 힘든 과제다. 소식통은 김정은의 군 장악은 제일 마지막 수순이 될 것이지만 이것도 북한이 강성대국의 원년으로 선포한 2012년까지 완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성하 zsh7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