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침몰이 북한의 어뢰 공격 때문이라는 민군합동조사단의 공식 조사 결과가 발표된 20일 천안함 희생자 유가족은 처음부터 북한의 소행으로 예상했지만 어뢰까지 찾아낸 걸 보니 분노가 치민다며 정부는 북한에 대해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유가족 중 10여명은 경기 평택의 해군2함대사령부 인근 해군콘도에 모여 침몰원인 결과 발표 이후 가족들의 대처 방안에 대해 논의하기도 했다.
유가족 대부분은 합조단 조사 결과에 대해 놀랍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가족들은 그동안 언론 보도와 정황 등에 비추어 이 같은 결과를 충분히 예상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고이창기 원사의 형 이성기 씨(45)는 사건 초반부터 북한 측 소행이라는 것 말고는 원인이 없다고 생각했다며 유족들도 마냥 슬퍼할 때가 아니라 이제 두 번 다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힘을 쏟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장례 과정에서 천안함과 같은 초계함인 속초함과 성남함을 타 봤지만 일반 국민의 생각과 달리 우리 함정의 장비가 굉장히 열악했다며 어떻게 해군 함대가 북한의 공격을 미리 감지하지 못할 수가 있느냐. 해군의 탐지 장비 등을 첨단화해 북한의 도발에 철저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 김선호 상병의 아버지 김종중 씨(52) 역시 이번 결과는 어차피 모두가 예상하던 것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준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진 중사의 어머니 홍수향 씨(45)는 분하고 안타깝다며 북한의 소행일 것이라고 생각은 했지만 사실로 드러나니 더 억울하고 아들이 보고 싶다고 허탈해했다.
최종 조사 결과까지 발표됐지만 희생자들의 사망 이후 여전히 충격에 빠져 있는 유가족들도 많았다. 고 서대호 중사의 아버지 서영희 씨(54)는 이미 북한이 저지른 일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내가 무슨 말을 한다고 해서 달라지겠느냐며 하고 싶은 말도 많고 억울한 마음도 있지만 아들을 생각하면 차마 말을 꺼내기도 어렵다고 토로했다. 고 김경수 상사의 부인 윤미연 씨(30) 역시 솔직히 이제 너무 지쳐서 조사 발표를 보고 있을 힘도 없었다며 아이들과 함께 있을 때는 TV를 켜지도 않았다고 심정을 밝혔다.
전사자가족협의회 대표인 고 나현민 상병의 아버지 나재봉 씨(52)는 비교적 짧은 시간에 정부가 나서서 자세히 조사한 것 같다며 심정 같아서는 북한에 올라가 사건을 일으킨 자들을 당장이라도 죽이고 싶지만 앞으로 대통령 담화도 남아있으니 차분히 정부 대처를 기다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