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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KBS 김사장, 노조와 좋은 게 좋다로 야합말라

[사설] KBS 김사장, 노조와 좋은 게 좋다로 야합말라

Posted November. 25, 2009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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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규 KBS 신임 사장이 어제 오전 노조원들에게 출근을 저지당했다가 오후에야 취임식을 가졌다. KBS 노조는 김 사장이 대통령선거 당시 이명박 캠프 출신임을 들어 총파업으로 공영방송을 사수하겠다고 주장했다. 방송의 정치적 독립성을 위해서라지만 KBS에서 지난 정권과 찰떡궁합을 맞춰 온 주역은 노조와 이들에 협력한 사장들임을 국민은 기억하고 있다.

김 사장의 이명박 캠프 경력이 정치적으로 해석될 소지가 없는 건 아니지만 이번 사장 선임 절차는 적법했다. 야당 추천 이사 4명이 포함된 KBS 이사회가 합의를 통해 사장추천위원회를 구성하고 이들이 추천한 5명의 후보를 놓고 이사회가 표결을 벌인 과정은 하자가 없었다. KBS 노조가 향후 있을지도 모를 내부 구조조정을 막기 위해 김 사장 임명을 일단 반대하고 김 사장은 사장직 보전을 위해 야합을 하게 되면 KBS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영영 돌아올 수 없게 된다.

김 사장은 취임사에서 KBS가 확실한 공영방송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최대 과제가 수신료 현실화이고 국민이 수신료를 내고 싶은 KBS로 만들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방송법은 KBS에 방송의 공적 책임과 공정성, 공익성을 실현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지난 정권에서 KBS사장과 노조는 이런 책무를 망각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 관련 방송 때 아무리 느슨한 기준을 적용해도 공정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고, 북한의 혁명찬양가인 적기가()를 배경음악으로 내보냈다. 반()민주반()시장사회주의 독재자인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본받아야할 지도자 모델로 미화한 다큐멘터리로 국민을 오도()하기도 했다.

김 사장의 가장 중요한 과제는 KBS를 공적 책임을 구현하는 방송으로 바로 세우는 일이다. 대한민국의 헌법정신 그대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정체성을 지키고, 국가의 격을 높일 책무가 김 사장에게 있다. 공영방송다운 품격 있는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것은 물론 방송언어를 다듬어 국민 교양의 질을 높이는데 기여해야 한다. 전임 이병순 사장이 사업경비와 인건비 절감으로 1년 여 만에 지난해 765억원의 적자를 흑자로 반전시킨 경영기조를 이어가면서 구조조정과 효율화를 강도 높게 밀고 나가 방만 경영을 뿌리 뽑아야 한다.

시청자는 정권의 친위대 사장도, 노조의 포로인 사장도 원하지 않는다. 오직 나라와 국민만 바라보면서 KBS를 가장 믿을 수 있는 방송으로 철저하게 개혁하는 것만이 김 사장도 살고, KBS도 살 수 있는 길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