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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시민권 지름길 한인 미군지원 열풍

Posted June. 17, 2009 0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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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으로 돌아갈까 생각해 봤지만 그동안 공부한 것이 아까웠다. 그 무렵 김 씨는 외국인에게도 미군 입대 기회를 주는 프로그램을 알게 됐다. 대학원과 군대를 놓고 고민하다가 힘은 들겠지만 미국 사회에 정착하는 가장 빠른 길이라는 판단으로 6월 미군에 입대했다.

한국인의 미군 입대 열풍

외국인에게도 입대를 허용한 국익필수요원 군입대매브니(MAVNI) 프로그램이 미국 현지 유학생과 한인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모으고 있다.

미국 현지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관련 문의 글이 쏟아지고 있고 주요 포털 사이트에는 아예 이 프로그램 정보만을 다루는 카페도 개설됐다. 미국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은 5월 29일자에 2월 23일부터 890명을 선발하는 모병 프로그램에 무려 8000여 명의 한인이 지원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 모병소의 정동구 중사는 실제 지원자는 이보다 더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MAVNI 프로그램은 지난해 말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이 전략적으로 중요한 아랍어나 페르시아어, 한국어 등에 능통한 일시 이민자들의 군 입대를 유도하기 위해 만든 임시 프로그램. 모집 병력은 한국어를 포함한 35개 언어를 구사할 수 있는 특수언어 구사 부문 557명과 의료 부문 333명 등 총 890명. 복무 기간은 통역 병력이 4년, 군의관과 간호사 병력이 3년이다. 급여는 연간 2만 달러 정도다.

2월 말 뉴욕에 이어 5월부터는 로스앤젤레스에서 모집하고 있다. 한인들이 몰리면서 뉴욕의 한인 언어구사부문은 이미 모집이 종료됐다. 로스앤젤레스 모집도 한인들의 지원이 빗발치고 있다. 미군 로스앤젤레스 모병소 측은 한인 지원자가 너무 많아 미군 내에서도 말들이 많았다며 원래 지원자격은 고교 졸업 이상이었지만 이제는 지원자 중 대학 졸업 이상자만 받아들이고 있다고 밝혔다

미군 되면 시민권 빨리 취득

복무 기간이 짧지 않은데도 이렇게 한인이 몰리는 것은 군에 입대할 경우 이르면 6개월 이내에 시민권을 취득할 수 있다는 이점 덕분이다.

한국인이 미국 시민권을 따는 것은 쉽지 않다. 법무법인 한울의 이철우 변호사는 영주권도 확실한 전문직을 가지고 있거나 투자이민을 가는 경우에 한해 까다로운 심사를 거쳐 발급한다며 영주권을 따고도 35년을 기다려야 시민권이 나오는데 군 복무를 통해 딸 수 있어 인기가 높다고 설명했다.

현재 MAVNI 지원을 고민하고 있는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 유학생 정모 씨(24)는 시민권자가 되면 일단 학비가 싸고 나중에 미국에서 직업을 갖기도 쉬워진다며 어차피 군대를 갈 거라면 미군이 낫지 않을까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고 전했다.

최근의 취업난도 미군 지원을 부추긴 요인이다. 미국에 남아도, 귀국을 해도 직장 잡기가 쉽지 않아 유학생들이 대거 MAVNI를 노크하고 있다. 카페 게시판에는 심심치 않게 30대의 글도 올라온다.

힘들게 공부를 마쳤는데 마땅히 할 일도 없고 한국에 돌아갈 수도 없고 절망하던 차에 가족을 위해 다시 한 번 군대를 가기로 결심했다.



장윤정 yun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