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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존엄사 호흡기 뗀다

Posted June. 11, 2009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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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 세브란스병원은 대법원으로부터 연명치료 중단 판결을 받은 김모 씨(77여)의 인공호흡기를 떼어내기로 했다고 10일 밝혔다. 이로써 국내에서 처음으로 연명치료에 의존하고 있는 식물인간 상태 환자의 인공호흡기를 떼어내는 공식적인 존엄사가 조만간 시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세브란스병원은 이날 병원윤리위원회를 열고 대법원 판결에 따라 호흡기를 제거한다 조속한 시행을 요구하는 보호자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며 그 뜻을 배려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시기와 절차에 대해서는 좀 더 논의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병원윤리위원회는 손명세 연세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를 위원장으로 내부 위원과 외부 자문위원 등 23명으로 구성돼 있으며 이날 회의는 오전 8시께서부터 시작돼 3시간 가까이 진행됐다.

박창일 연세의료원장은 대법원의 판결에 따라 호흡기 제거를 해야 되는 상황이지만 김 할머니의 경우 사망임박 단계가 아니어서 수차례에 걸친 회의를 통해 어렵게 결정을 내렸다며 앞으로도 우리가 자체적으로 만든 3단계 존엄사 가이드라인에서 김 할머니처럼 2단계에 해당되면 신중하게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브란스병원이 지난달 21일 발표한 3단계 존엄사 가이드라인에서 1단계는 회생이 불가능한 사망 임박 환자(뇌사 환자, 여러 부위 장기 손상) 2단계는 인공호흡이 필요한 지속적인 식물인간 환자(이번 존엄사 판결 대상이 된 김 씨) 3단계는 지속적인 식물상태이기는 하지만 자발적인 호흡이 가능한 환자로 구분된다. 병원 측은 1단계 환자와 2단계 환자는 자기결정권, 가족 동의, 병원윤리위원회 심의 조건 등을 충족하면 연명치료를 중단할 수 있도록 했다. 김 씨의 상태는 존엄사 3단계 중 2단계인 인공호흡이 필요한 식물인간 상태에 속한다.

인공호흡기를 떼어내는 시기와 절차는 의료진과 보호자 간에 협의를 거쳐 최종적으로 확정할 방침이지만 2주 후쯤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박 의료원장은 호흡기를 떼는 절차는 2주 후에 주치의가 직접 진행할 예정이며 떼어내는 상황은 환자 및 가족 측의 입장을 고려해 비공개로 진행될 것이라며 호흡기를 떼어내면 스스로 호흡이 없는 한 빠르면 2030분 지나면 사망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 씨 가족의 대리인 신현호 변호사는 이미 대법원에서 결정한 사항인데 호흡기 제거가 자꾸 지연돼서 환자 가족의 고통이 심하다며 조속한 시일 내에 호흡기를 제거해달라고 병원 측에 요구했다.



이진한 lik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