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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엘리트 3대세습 하려고 고립 자초하나 동요

일부 엘리트 3대세습 하려고 고립 자초하나 동요

Posted June. 03, 2009 0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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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3남 김정운(26)의 후계자 지명을 공식화하면서 북한 내부의 후계체제 구축 작업이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과거 김 위원장이 아버지 김일성 주석의 권력을 물려받을 때와 비교하면 김정운이 가야 할 길은 멀고 험난하다.

아버지와 너무 다른 출발

최근의 상황은 1974년 김 위원장이 후계자로 내정됐을 때와 같은 단계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전후의 상황은 전혀 다르다. 김 위원장은 비록 형식적이지만 민주적인 절차에 따라 후계자에 내정됐다. 혁명 1세대 그룹이 1970년부터 후계자 추대를 공론화했고 김 주석이 이를 받아들이는 형식이었다. 후계자 내정은 1974년 당 중앙위 제5기 제8차 전원회의라는 공식 정치공간을 통해 이뤄졌다. 그러나 김정운의 경우 엘리트 내부의 공론화 과정 없이 김 위원장이 일방적으로 지명하는 형식인 것으로 보인다.

후계자로 내정됐을 때 김 위원장은 32세였고 이미 노동당 조직 담당 비서 겸 조직지도부장, 선전 담당 비서 겸 선전선동부장으로 당의 전권을 쥐고 있었다. 김정운은 현재 노동당과 국방위원회 등에서 중견간부 직책을 받아 정치실무를 익히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결국 김정운은 정당성 면에서나 능력 면에서나 취약한 상태에서 후계자로 내정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후계체제 조기 구축은 쉽지 않을 듯

김 위원장은 내정 후 6년이 지난 1980년 제5차 당 대회에서 공식 후계자로 등장했다. 김 위원장은 3년 뒤인 2012년 강성대국의 대문을 여는 해까지 아들에 대한 승계 작업을 마무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김 위원장은 내정 후 주체사상의 해석권한을 독점해 후계체제의 정당성을 확보하고 당과 권력기구를 자신에게 복종시켰다. 하지만 김정운은 개인적 능력과 정당성, 조직기반을 키우기에는 시간이 너무 부족하다.

이 때문에 김정운은 김 위원장의 보호 아래 꽤 오랫동안 후계수업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북한 후계문제 전문가인 이승열 박사는 김 위원장이 어린 아들을 앞에 내세우고 자신이 더 오래 집권하겠다는 뜻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의 건강이 갑자기 나빠지거나 대외관계의 악화 등에 따른 충격으로 엘리트 내부의 균열이 오는 경우 김정운이 후계자로 공인되기 전에 급변사태에 직면하게 될 가능성도 있다.

엘리트와 주민 동요 시작돼

이처럼 기반이 약한 김정운을 후계자로 지명한 데 대해선 북한 내 지식인들 사이에서 회의적 반응도 나오고 있다고 대북 소식통들은 전한다. 특히 후계체제 구축을 이유로 지도부가 대외 강경정책을 펴는 데 대해 무모한 강경외교가 국제적 고립을 자초하는 등 3대 세습의 장애를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는 것.

한 고위 탈북자는 김정운의 생모인 고영희(2004년 사망)는 정실이 아닌 첩이며 김정운은 해외에서 유학하며 인민들과 생사고락을 같이 하지 않았기 때문에 북한 주민들이 그를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석호 ky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