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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반전 기지개? 한은 아직은 바닥 확인해가는 과정

경제 반전 기지개? 한은 아직은 바닥 확인해가는 과정

Posted April. 25, 2009 0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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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경기 부양이 급격한 하락 막아

1분기 성장률이 전분기보다 소폭이나마 플러스로 돌아선 데는 정부의 적극적인 경기부양 효과가 컸다. 부문별로 보면 설비투자는 1분기 9.6%로 지난해 4분기(14.2%)에 이어 극심한 침체를 보였고 제조업 생산도 3.2% 감소했다. 하지만 정부 소비는 전기보다 3.6% 늘었고 건설투자는 5.3% 증가했다. 건설업 생산 역시 토목건설을 중심으로 6.1%나 늘었다. 최춘신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정부가 예산을 조기 집행하고, 사회간접자본(SOC) 건설 예산을 작년보다 16%나 늘리는 등 대규모 건설 투자를 한 효과가 컸다고 설명했다.

서비스업과 민간 소비도 소폭이지만 플러스로 돌아섰다. 최 국장은 서비스업에서는 주가 상승으로 인해 금융업종의 성과가 좋았고 중소기업 대출과 보증을 늘린 것이 경기의 추락을 막았다고 말했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은 지금은 패닉 상태에 빠진 민간부문이 자생적으로 올라오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럴 때 정부가 경기부양의 방아쇠(트리거)를 당겨준 게 바람직한 효과를 냈다고 분석했다.

바닥 지나도 체감은 어려울 것

1분기 성장률이 플러스를 나타내면서 경기 저점(바닥)이 언제쯤일지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경기순환론에 따른 경기 저점은 경기가 침체를 벗어나 회복되기 직전의 시점으로 정확한 판단은 일반적으로 2, 3년이 지난 뒤 사후적으로만 가능하다.

한은은 잠재성장률을 저점 판단의 기준으로 여기고 있다. 최 국장은 1분기 GDP가 플러스로 돌아선 것을 두고 일부에서는 경기 저점 신호로 해석하지만, 지난해 2분기 이후 수축 국면이 이어지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전기 대비 GDP 성장률이 잠재성장률 수준이 돼야 경기 저점을 판단할 수 있다며 한국의 잠재성장률을 4% 내외로 봤을 때 분기 성장률(전기 대비)이 1%가량 나오면 그 직전 분기를 바닥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재천 한은 조사국장은 경기 저점이 올해 하반기일 수 있으나 회복 속도가 상당히 느려 경제 주체들이 피부로 체감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저점이 큰 의미를 갖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은이 전망한대로 내년에 3.5% 정도 성장이 이뤄지면 잠재성장률에는 약간 못 미치지만 올 하반기를 저점으로 볼 수 있다는 뜻이다.

이처럼 한은이 경기바닥론을 경계하는 이유는 경기에 대한 판단이 한은 통화정책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한은 고위 관계자는 경기 저점이 확실하면 한은이 유동성 회수 등에 나서야 하지만 아직 그럴 때가 아니다면서 당분간은 유동성 완화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어떤 식으로 회복되느냐가 더 중요

상당수 민간 전문가들도 경기가 저점을 찍더라도 한국 경제가 본격적으로 회복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한국의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4%에서 1.5%로 하향 조정했다. 권순우 실장은 여전히 국제 금융시장 곳곳에 불안 요인이 널려 있어 안심할 단계가 아니다면서 현재 한국 경제는 바닥을 확인해 가는 과정이며, 바닥이 정확히 언제냐보다 경기가 어떤 방식으로 회복되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회복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는 바닥이 넓은 U자형 또는 L자형 장기 침체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앞으로 산업 전반에 대한 구조조정이 강도 높게 진행될 경우 고용이 악화되고 소비가 위축되면서 한국 경제가 다시 하락세로 돌아설 가능성도 있다. 이른바 더블 딥(double dip)에 대한 경계다. 송태정 우리금융지주 수석연구원은 2분기까지 전기 대비 플러스 성장률이 나오더라도 다시 경기가 급락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일시적인 정부 지출에 따른 모르핀 효과가 있을 수 있는 만큼 최소 3분기까지 성장률을 지켜봐야 향후 경기를 예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재윤 jaeyu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