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하루 종일 야구가 화제였죠. 경제도 안 좋고 우울한데 한국 야구가 교민들 시름을 달래주네요.
한국과 일본의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결승전이 열리는 24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 다시 한 번 태극기의 물결이 몰아친다. 너무도 익숙한 대한민국 함성도 메아리칠 것이다.
로스앤젤레스에 사는 전송택 씨(68)는 22일 지인들과 함께 한국과 베네수엘라의 준결승전을 관전했다. 통쾌했다. 대한민국을 원 없이 외쳤다.
한국에서 직장 생활을 하던 전 씨는 1978년 미국으로 이민을 왔다. 벌써 30년이 넘었다.
그때야 한국이 못살 때죠. 저희보다 먼저 독일로 간 광원이나 간호사분들보다야 덜했겠지만 당시 이민 온 사람들 중에 고생 안 한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 요즘 세대야 그런 건 잘 모르죠. 육체적인 고생이야 세월이 지난 뒤 얘기할 수 있지만 정신적인 고생은 지금도 떠올리고 싶지 않아요.
그런 그에게 한국의 잇단 승전보는 힘들었던 과거를 잠시 잊게 하는 잔치였다. 두 살배기 손녀가 대한민국을 따라하는 걸 지켜보는 것도 예상치 못한 기쁨이었다.
현지 응원단 파란 도깨비를 비롯해 한국 교민들은 결승전을 위해 대형 모자이크 태극기, 막대 풍선, 봉지와 신문지 응원 등 국내 야구장에서 볼 수 있는 모든 응원 방식을 동원할 예정이다. 대한민국을 영어 발음에 맞춘 Daehan minkuk 피켓과 현수막까지 만들어 외국인들도 동참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 베네수엘라와의 준결승에서는 한국 응원단이 압도적으로 많았지만 24일에는 일본 팬들도 많이 올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양국 응원전이 불꽃 튈 것으로 전망된다.
김인식 감독(한화)은 아픈 몸을 이끌고 야구 대표팀을 맡으면서 국가가 없으면 야구도 없다고 했다. 김 감독이 이끄는 팀 코리아는 이역만리 교민들에게는 또 하나의 조국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