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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 푼 넥타이

Posted February. 16, 2009 0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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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전 지점장은 1955년생. 625전쟁이 끝난 뒤 출산이 급격히 늘어난 때 태어난 한국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의 맏형이다.

아버지는 넉넉지 않은 사정에도 3남 3녀 중 장남이자 전교 1, 2등을 다투던 그를 일찌감치 서울로 유학 보내려 했다. 서울 명문 중학교 입시에서 낙방해 고향인 전남에서 중학교를 다닌 그는 3년 후 서울 명문고에 합격해 서울에서 하숙생활을 했다. 한 반에 60명 이상이 들어찬 콩나물시루 교실에서 대학 입시를 준비했다.

명문 사립대 경영학과에 75학번으로 입학한 그는 2학년을 마치고 입대한 뒤 사회가 민주화 열기에 휩싸인 1980년 대학에 복학했다. 그가 졸업장을 받은 1983년 국내 경기는 오일쇼크의 충격에서 벗어나 회복세를 탔고 경제성장률은 10.8%까지 치솟았다. 덕분에 A은행 말고도 여러 기업에 동시에 합격해 우쭐하기도 했다.

입행 이듬해인 1984년 서울 양천구 신월동의 작은 연립주택에 신혼살림을 차렸다. 1988년 서울올림픽을 전후해 집값은 다락같이 뛰었고 5번 이사한 끝에 1995년 서울 여의도에 30평대 아파트를 장만할 수 있었다.

그때는 조기 퇴직이라는 건 생각지도 못 했죠. 은행원을 천직으로 여겼던 그에게 1997년 말 외환위기는 엄청난 충격이었다. 당시 50대에 접어든 7, 8년 선배 중 상당수가 구조조정의 칼바람에 휩쓸려 은행을 떠났다.

지난해 3월 미국 5위 투자은행(IB)인 베어스턴스가 무너졌다는 뉴스에 설마하면서도 불안감을 지울 수 없었다. 그는 작년 9월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한 뒤 은행 사정이 급속히 나빠지고 11월 말부터 회사가 명예퇴직을 받는다는 소문이 돌면서 이제 올 게 왔구나 싶었다고 털어놨다.

12월 23일 본사 인사팀에서 전화가 왔다. 34개월 치 월급을 한꺼번에 받고 명예퇴직을 하거나, 임금피크제를 선택해 정년인 60세까지 50%의 연봉만 받으며 은행에 남는 것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다. 그는 명예퇴직을 택했다.

원래 베이비붐 세대의 본격적인 은퇴는 1955년생이 정년(만 5760세)을 맞는 2012년경부터 시작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김 전 지점장의 사례에서 보듯 글로벌 금융위기로 한국 경제가 극심한 침체 속으로 빠져들면서 이들의 퇴장 시기도 앞당겨지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 박덕배 연구위원은 모두 714만여 명으로 전체 인구의 14.7%를 차지하는 베이비붐 세대가 본격적으로 현직에서 떠나면 한국 사회는 소비 위축과 노동력 부족이라는 이중고()를 겪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