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공기업 비리, 곪아터진 뒤 수사만 할 건가

이명박 정부 출범 후 검찰이 진행해온 공기업 비리 수사 결과를 보면 할 말을 잃게 된다. 한국토지공사 전 이사는 아파트 인허가 편의를 봐주고 받은 2100만원 어치의 백화점 상품권과 양복 티켓을 침대 밑에 감춰뒀다가 들통 났고, 한국중부발전의 한 간부는 공사 수주 대가로 받은 2000만원을 화장실 천장에 숨겼다가 들켰다. 심지어 토지공사 전직 사장과 군인공제회 전 이사장은 그 아들들까지도 아버지를 팔아 관련 업체로부터 각각 4500만원과 16억원을 받았다. 이런 공기업을 위해 세금을 냈으니 정말 분통 터질 일이다.

검찰은 무려 660여명의 공기업 임직원들을 적발해 구속 또는 불구속 기소했지만 그걸로 그쳐선 안 된다. 공기업에 대한 대대적인 개혁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정치권과 관료사회와 공기업과의 삼각 고리를 끊어 다시는 이런 비리가 발붙이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신()이 내린 직장으로 불릴 정도로 보수와 대우 면에서 특혜를 받아온 공기업을 비리의 복마전으로 그냥 내버려둔다면 어떤 국민이 정직하게 일하고 정직하게 세금 내려하겠는가.

전문성도 경영능력도 없는 사람을 코드가 맞는다는 이유로 공기업에 내려 보내고, 그는 안착을 위해 노조와 야합하고, 이를 감시 감독해야 할 정부 부처와 기관은 자신들의 민원 해결과 노후 대비책으로 이를 묵인하는 공생()의 틀을 부수지 않는 한 공기업은 국민의 등에 달라붙어 고혈을 빠는 거머리 같은 존재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이번 수사에서 한국전력공사, 대한주택공사, 한국도로공사, 한국토지공사 등 자산규모 14위에 해당하는 공기업들까지도 임직원 비리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공기업은 지금 이 순간도 수많은 취업 준비생들에게 선망의 대상이다. 그런 공기업들이 납품비리에서 공금횡령, 인사 청탁, 특혜대출 및 부당 자금지원 등에 이르기까지 온갖 비리를 저질렀으니 그들 보기가 낯이 뜨거울 정도다.

검찰 수사와 형사처벌만으로는 공기업이 바뀔 수 없다. 환부를 완전히 도려내는 대수술을 해야 한다. 대통령이 나서서 공기업 비리와의 전쟁이라도 선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