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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국회 법사위

Posted November. 06, 2008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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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는 보통 판검사나 변호사 출신이 많아 법조인이 아니면 행세하기 어렵다는 곳이다. 그런 끼리끼리 풍토에 제동을 건 사람이 14대 때 야당인 국민회의 조홍규 의원이다. 법조 근처에도 가보지 않았지만 촌철살인()의 입담으로 유명한 조 의원이 법사위에 배속되자 여당의원들은 판검사 출신도 아니면서 법사위에는 왜 왔느냐고 노골적으로 불편한 기색을 보였다. 조 의원은 나도 왕년에 쌀 검사는 해봤다고 응수했다. 판검사가 무슨 대단한 경력이나 된다고 유세()를 부리느냐는 조롱이었다.

한나라당의 법사위원은 거의 예외 없이 판검사나 변호사 출신이었다. 18대 법사위도 전체 16명 중 한나라당 소속 9명은 전원 법조인 출신이다. 민주당은 4명(위원장 제외)밖에 안 되고 그나마 박지원, 박영선 의원은 법조인이 아니다. 자유선진당의 조순형 의원과 친박연대의 노철래 의원도 비법조인이다. 여야 공방이 법조인 대 비법조인의 대결로 치닫기 쉬운 구조다. 그런 대결양상이 벌어지면 대체로 비법조인의 판정승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비법조인들은 상식과 여론으로 법조인의 직역()이기주의를 차단하기 때문이다. 조 전 의원이 그걸 보여줬다.

요즘 한나라당은 유선호 법사위원장이 민주당 소속이라는 점이 많이 신경 쓰이는 모양이다. 국회 개원 협상을 성사시키기 위해 민주당에 위원장 자리를 내줄 수밖에 없었지만 정작 종합부동산세법 개정, 통신비밀보호법 개정, 떼 법 방지법 제정, 사이버모욕죄 신설 등 야당이 반대하는 법안들을 처리해야 할 상황이 되자 난감한 표정이 역력하다. 일반 상임위를 통과한 법안이라도 법사위를 거치지 않으면 본회의에 상정될 수 없다. 게다가 한나라당도 야당일 때 법사위원장 자리를 여당 발목잡기용으로 써먹은 전과가 있다.

유 위원장의 의사봉이 집권여당의 정기국회 운영 성패를 좌우할 수도 있다. 그러나 유 위원장은 여야간 대화와 타협의 원칙을 강조한다. 여당의 독주도 용인하지 않겠지만, 민주당 당론이라고 무조건 총대를 메는 스타일이 아니다. 그가 상임위를 운영하면서 모 아니면 도로 재단하는 일은 없을 것 같다.

김 창 혁 논설위원 ch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