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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산지 없이 그냥 수입산 국적불명 과자 먹는 아이들

원산지 없이 그냥 수입산 국적불명 과자 먹는 아이들

Posted September. 26, 2008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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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서울 서대문구 아현동 A 초등학교 앞. 방과 후 장모(8) 양은 문방구에서 100원을 주고 옥수수맛 쫄쫄이를 사먹고 있었다. 장 양은 엄마가 먹지 말라고 하지만 맛있어서 몰래 자주 사먹는다고 말했다.

서울 종로구 계동 B 초등학교 주변 문구점 앞 상황도 비슷하다. 진열대에는 이름 모를 과자 20여 종이 수북이 쌓여 있다. 유명업체 제품도 있지만 대부분 영세업자들이 만든 것이었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초등학생에게 인기 있는 과자를 물어보자 가게 주인은 16종을 보여주었다. 대부분 100200원짜리로 16종의 가격을 다 합쳐도 1800원밖에 되지 않았다.

중국에서 시작된 멜라민 파동이 터지면서 초등학교 주변에서 판매되는 과자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런 과자들은 대부분 재료의 원산지가 불명확하다. 전문가들은 이런 식품들이야말로 언제 터질지 모르는 제2의 뇌관이다라고 경고했다.

대부분 원산지 숨겨=취재팀이 서울 시내 초등학교 주변 20곳을 긴급 취재한 결과 1018종의 과자가 초등학생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었다.

이들 제품의 절반 정도는 원산지를 수입산이라고만 기재하고 있었다. 어느 나라에서 만들어진 원료인지 알 수 없었다.

아예 원산지 표시를 하지 않은 과자도 상당수였다. 현행 농산물품질관리법상 원산지는 순수 국산 재료일 때에만 표시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식품의약품안전청에 따르면 이들 과자의 원료는 90% 이상이 수입산이다. 수입산이 졸지에 국산으로 둔갑한 셈이다.

취재팀이 수거한 16종의 과자 중 재료와 식품첨가물의 원산지를 제대로 밝힌 것은 7종에 불과했다. 5종류는 아예 원산지 표시를 하지 않았고, 4종류는 수입산으로 표시돼 있었다. 재료의 출처를 믿을 수 있는 제품이 50%가 되지 않는 것.

싼값에 아이들 현혹=서울 강북구 수유동의 한 문방구 주인은 과자를 갖다놓지 않으려고 해도 아이들이 찾는다고 말했다.

아이들이 원산지도 불분명한 과자에 손이 가는 것은 무엇보다 저렴한 가격 때문이다.

최모(11) 군은 학용품을 사러 들렀다가 거스름돈으로 과자를 사 먹는다며 다른 친구들도 다 사 먹는데 나만 안 먹으면 오히려 그게 더 이상하다고 말했다.

주부 이선숙(여서울 은평구 홍은동) 씨는 6세 된 딸아이가 과자를 사 먹겠다고 해서 동네 가게에 가봤더니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업체들이 만든 100원짜리 과자들이 잔뜩 진열돼 있었다고 말했다.

업체는 대충대충, 정부는 뒷북=학교 주변 문구점이나 상점에 과자를 납품하는 업체는 대부분 영세상인들로 정부의 단속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3월 생쥐 새우깡 사고가 터졌을 때 정부는 보건복지가족부, 농림수산식품부 등 범정부 차원에서 식품종합안전대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매번 사건이 터지기 전에는 별 움직임이 없다.

원희목 한나라당 의원은 멜라민 파동 때문에 중국 현지에 파견된 식약청 공무원이 11일 문제가 있음을 알았는데도 식약청은 18일에나 조사에 들어갔다며 늑장 대응을 지적했다.

농식품부는 중국에서 분유나 아이스크림 등 유제품이 수입된 적이 없다며 손을 놓았다. 게다가 현행 농산물품질관리법에서는 원료나 반제품을 수입할 경우 3년간 매년 평균 3회 이상 수입 국가를 바꾸면 국가명 대신 수입산으로 표시할 수 있도록 해 놓았다. 품질관리를 하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별로 없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규정을 고쳐 정확히 원산지를 표시하도록 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제과업체는 생산관리를 강화하기보다 식품사고가 터질 때마다 사과문을 발표하는 수준이다.

해태제과는 자사 제품 미사랑 카스타드에서 멜라민 검출이 확인되기 전까지 중국에서 멜라민 분유를 만드는 22개 업체와 우리 공장은 관계가 없다고 부인했다.

해태제과는 중국 현지공장에 상주하는 본사 직원은 한 명도 없고 1, 2개월마다 한 번씩 공장을 방문해 검사하고 있다.

이광원 고려대 식품공학부 교수는 어린이들이 주로 먹는 식품은 원산지 규제를 더 강화하는 것이 선진국의 추세라며 철저히 수입단계에서부터 검사를 실시하고 지금보다 더 강화된 식품안전기준을 새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윤종 한상준 zozo@donga.com always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