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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이대통령, 외교 기조 재점검하고 새 출발하라

[사설] 이대통령, 외교 기조 재점검하고 새 출발하라

Posted July. 30, 2008 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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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의 외교가 도마 위에 올랐다. 금강산 관광객 피격사건에서 독도문제에 이르기까지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야당은 물론 여권에서도 외교안보라인에 대한 문책과 개편이 불가피하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그러나 그럴수록 사안의 본질을 엄밀히 따져보려는 자세부터 가져야 한다. 그래야 올바른 대책이 나오고, 그 대책이 보다 빈틈없는 전략과 비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 사람 몇 바꾼다고 될 일이 아닌 것이다.

책임을 물어야 할 대목이 있는 것은 맞다. 금강산 사건을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 가져갔을 때 북한이 104 정상선언 지지 요구로 맞불을 놓으리라는 것을 예상하지 못한 것은 잘못이다. 정황상 그럴 개연성이 충분했으므로 사전에 여러 대안을 검토했어야 했다. 미국 정부가 독도를 주권 미지정 지역으로 분류했음에도 이를 모르고 있었던 것도 변명의 여지가 없다. 그런 일을 하라고 외교통상부가 있고 주미대사관이 있는 것이다.

왜 이런 실책이 빚어졌나. 시스템의 문제일수도 있고, 사람의 문제일 수도 있다. 그러나 쇠고기 협상을 어설프게 마무리함으로써 국정이 마비될 정도의 홍역을 치르고도 재차 비슷한 위기를 맞은 것을 보면 좀더 근본적인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대통령은 취임 초 나는 친미()고 친중()이고 ,친일()이고 하는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국익이 서로 맞으면 동맹이 될 수 있고 국익에 위배되면 동맹이라는 것은 없다고도 했다. 그럼에도 한미동맹의 복원을 토대로 한-미-일 삼각 우호체제를 공고히 하는데 역점을 둔 것이 사실이다. 노무현 정부가 이념을 앞세워 한쪽으로 치우친 외교를 한데 대한 일종의 반작용이었고 방향은 옳았다.

그러나 결과는 만족스럽지 못하다. 실익을 챙겼다고 말하기 어렵고, 그렇다고 한미 한일 관계가 확연히 좋아진 것도 아니다. 전략적 동맹관계로의 격상을 공언했던 미국과는 오히려 이전보다 서먹해졌다는 평가도 있다. 미래지향적 관계를 이끌겠다는 일본으로부터는 독도 문제로 뒤통수를 맞았다. 중국한테는 노골적으로 한미동맹 폄훼 발언을 듣는 수모를 당했고, 러시아로부터는 여전히 섭섭하다는 얘기를 듣고 있다.

외교를 흔히 총성 없는 전쟁이라고 한다. 총을 들지 않았을 뿐 전쟁과 같다는 것이다. 따라서 전쟁을 치를 때처럼 치밀하게 전략과 전술을 세워야 한다. 그런데도 이 대통령은 실용외교를 너무 요란하게 외쳤다. 상대방에게 자신의 패를 미리 다 보여준 셈이다. 실용은 추구할 목표이지 방법일 수는 없다. 내가 선의()로 대한다고 해서 상대방도 자신을 그렇게 대해줄 것으로 여기는 것은 지나치게 순진한 발상이다.

이 대통령은 지금부터라도 외교의 기본원칙을 다시 세워야 한다. 필요하면 시스템도 새로 정비하고 사람도 재배치해야 한다. 그러나 거듭 지적하지만 몇몇 인사의 경질이나 문책으로 위기를 모면하려 해서는 안 된다. 일부 좌파들의 지적처럼 자주()를 앞세워 미국과 다시 대립각을 세우거나, 북한에 대한 원칙 없는 포용으로 나가서도 안 된다. 그렇게 하는 것은 한미동맹도 잃고, 국민의 지지도 잃는 악수()가 될 것이다.

지금 한국 외교가 직면한 도전과 위기는 좌파가 지적하는 그런 차원을 이미 넘었다. 한미동맹의 토대 위에서 일관된 원칙을 가지고 당장 힘들더라도 이 고비를 극복해야 한다. 외교에도 공짜는 결코 없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