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어제 단행한 개각은 국민을 실망시켰다. 많은 국민은 이 대통령과 정부가 심기일전()해 국정위기를 수습하고, 이 대통령이 취임 즈음에 국민에게 약속한 정권의 초심()을 이루어낼 인적 토대를 재구축하기를 기대했다. 하지만 장고() 끝의 임시변통 인사()에 그치고 말았다는 것이 대체적 여론이다. 총리와 15명의 국무위원 전원이 사표를 낼 수밖에 없었던 정부의 실패가 해소된 것도 아닌데, 장관 3명 교체로 얼버무리려는 듯한 모양새다. 이것은 이 대통령이 약속한 국민의 눈높이에 맞춘 인사와는 거리가 멀다.
정부의 총체적 위기는 미국산 쇠고기는 광우병 쇠고기라는 선전선동이 거짓투성이임을 적극적으로 국민에게 설득하려는 노력도 없이 촛불에 겁먹고 우왕좌왕, 좌고우면하는 바람에 증폭됐다. 책임 있는 당국자들이 처음부터 돌 맞을 각오를 하고 국민 앞에 나와 협상과정의 잘못은 시인하더라도 광우병 괴담에는 단호히 대응했어야 했다. 일부 불법시위대가 두 달이 넘도록 서울 도심을 무법천지로 만들었는데도 법치()를 지켜내겠다는 의지를 보이기는커녕 청와대 지키기에만 골몰하는 바람에 정권 교체의 의미마저 급속히 퇴색했다.
정부는 촛불이 번질 때는 숨죽이고 있다가 시위가 누그러지는 기미를 보이면 효과도 없는 담화나 내놓는 기회주의적 행태를 보였다. 촛불의 소용돌이 속에서 누가 나라를 지키고, 시위대의 청와대 행진을 막았는가. 불법과 폭력을 거부한 대다수 국민과 대한민국의 표류만은 막아야 한다며 행동에 나선 양심세력, 그리고 주류언론이 그나마 정부를 수렁에서 건져내주었다.
서울 한복판에서 시민과 상인의 생존권생활권이 짓밟히는 동안 청와대가 한 일이 무엇인가. 대통령과 정부가 불법 시위에 맞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수호하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보여줬다면 성직자들까지 시위에 가세하는 불행한 일도 없었을 것이다.
대선에서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그리고 법치를 바로 세우라고 531만 표차의 대승을 안겼더니 인사, 여당 공천, 대미 협상 등에서 잇따라 실수한 탓에 궁지에 몰리자 좌고우면()하고, 다소 여유를 되찾자 미봉()인사로 정권보신()이나 하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국민의 요구는 통렬한 반성을 통해 5년간 이 나라를 이끌고 갈 비전과 체제를 새롭게 보여 달라는 것이었다. 국민의 실망감과 참담한 심정을 씻어주지 못하고서도 이 정부에 희망이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