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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익이 우선 vs 대책이 먼저

Posted May. 26, 2008 01:10,   

17대 국회 임기 마지막 날(29일)을 사흘 앞둔 26일 정치권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의 처리 문제를 놓고 치열한 막판 공방을 벌였다.

한나라당은 2629일 임시국회 소집을 요구했으나 통합민주당이 의사일정 합의를 거부하자 국익우선론을 내세우며 여론에 직접 FTA 비준 지원을 호소하고 나섰다.

여당 야당은 나라를 망치지 말아야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는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한미 FTA 비준안은 당리당략을 위한 정치적 거래나 흥정 대상이 될 수 없다면서 비준안을 18대 국회 원 구성과 연계해 임시국회에 응하지 않는다면 국민을 배신하고 나라를 망치는 일이라고 민주당을 비판했다. 안 원내대표는 이날 임채정 국회의장과의 면담이 불발로 끝나자 한미 FTA 비준동의안처리 본회의 직권상정 재건의 요청서를 전달했다.

이한구 정책위의장은 FTA 비준은 안 하면 두고두고 후회한다면서 각계의 지도자들이 이 문제의 중요성과 국회통과가 갖는 전략적 의미를 이해하고 국민과 함께 한나라당의 노력을 지지해 달라고 했다.

회의에서는 미국 민주당 유력 대선후보인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이 조지 W 부시 대통령에게 결함이 있는 한미 FTA 비준동의안을 의회에 제출하지 말라는 서한을 보낸 것에 대해 한미 FTA가 한국에 절대적으로 유리하다는 증거라는 해석들이 쏟아졌다.

안 원내대표는 오바마 의원이 미국 시장을 그대로 내주는 것이라고 말할 정도로 미국에 불리하다고 보고 있다. 하루빨리 통과시키는 게 한국 국익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은 라디오 방송에 나와 오바마 의원의 발언에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그렇다. 미국은 대선정국으로 들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야당 정부가 고시하면 장외투쟁도 불사

그러나 민주당은 일단 한나라당이 단독으로 소집한 임시국회를 여야간 의사일정을 합의해주지 않음으로써 자동 무산시키기로 했다.

쇠고기 정국에서 한미 FTA 정국으로 끌고 가려는 한나라당의 기도에 말려들지 않겠다는 것. 비준동의안은 18대 국회에서 피해 계층에 대한 충분한 대책을 마련한 뒤 통과시킨다는 방침이다. 그 대신 민주당은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 통과 실패로 한풀 꺾인 대정부 및 대여 공세를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

민주당 자유선진당 민주노동당 등 야 3당은 정부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 장관고시를 발효하면 이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할 예정이다. 또 고시 내용에 따라 헌법소원도 불사한다는 방침이다.

최재성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일단 국회 내에서 농성에 들어갈 것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사태가 더 심각해지면 장외 투쟁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민주당 김효석, 선진당 권선택, 민노당 천영세 등 야 3당 원내대표가 27일 한승수 국무총리를 방문해 장관 고시 강행 중단 및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대한 재협상에 나설 것을 요구하기로 했다.

야 3당 원내대표는 26일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장관 고시를 강행한다면 쇠고기 재협상은 물거품이 되고 (서로) 파국으로 치닫는 중대 기로에 처할 것이라면서 정부는 이번 협상 책임자를 엄중히 문책하고, 평화적인 촛불문화집회에 대한 강경 진압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정부, 늦어도 30일까지 고시

한승수 국무총리는 26일 정부중앙청사에서 한미 FTA 관계장관 회의를 주재하고 무역의 기회를 넓혀 주는 한미 FTA는 정권과 이념을 초월한 우리 경제의 핵심과제라며 정치권은 경제를 살리고 발전시키기 위한 대승적 결단을 반드시 내려 17대 국회에서 FTA 비준안이 통과되도록 해 달라고 밝혔다.

농림수산식품부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위생조건을 28일부터 30일 사이에 고시() 의뢰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김현수 농식품부 대변인은 26일 축산대책을 관계 부처가 협의하고 있기 때문에 27일까지는 고시 의뢰하기 어렵다며 28일부터 30일 사이에는 고시 의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운천 농식품부 장관은 언론 브리핑을 통해 고시 의뢰 사실을 알리고 미국산 쇠고기 검역대책과 축산업계 지원대책, 원산지 표기 단속 강화대책 등도 함께 설명할 계획이다.

한편 미국 도축작업장의 위생과 검역 상황을 조사하기 위해 12일 출국한 국립수의과학검역원 특별점검단이 이날 오후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점검단은 새 수입조건이 발효되는 시점부터 한국에 쇠고기를 수출할 수 있는 31개 미국 작업장을 점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