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매원초등학교는 같은 과목을 두 명의 교사가 가르친다. 한국인 교사가 먼저 우리말로 강의하면 영어 원어민 교사가 같은 내용을 영어로 설명한다. 이른바 몰입식 영어교육(Immersion English Education)이다. 영어를 독립된 교과목으로 가르치기보다는 수학 과학 등 다른 교과목 수업을 영어로 하면 학습 효과가 배가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오면서 세계적으로 각광받는 교수법이다. 그러나 이렇게 가르치는 학교는 국내에 몇 군데 없다.
영어 배우기는 비()영어권 국가의 큰 고민거리지만 어떻게 가르쳐야 효과적인지는 결론이 나와 있다. 첫째가 조기교육이다. 일찍 시작할수록 영어를 잘한다. 그 다음은 배우는 환경의 중요성이다. 영어 사용이 일반화된 자연스러운 환경이어야 학습효과가 크다. 미국으로 보내 영어를 배우게 하면 가장 좋겠지만 몰입 교육은 학생들에게 제한적이나마 자연스러운 환경을 만들어주는 대안이다.
한국은 연간 15조 원을 영어 사교육비로 쓰지만 실력은 세계 꼴찌 수준이다. 한국인 토플 응시자의 평균성적은 2005년 147개국 가운데 93위였으나 작년엔 137개국 중 111위로 더 떨어졌다. 한국이 기본적으로 영어를 배우기 어려운 환경임에 틀림없으나 그 안에서나마 효율적인 영어교육이 이뤄지고 있는지 의문이다. 몰입 교육 같은 새 학습법이 비용 문제 등으로 일반화되지 않고, 교사의 낮은 자질도 문제다.
현재 기준 21만 명을 넘는 한국의 성인 해외유학생 가운데 43%인 9만3994명이 어학연수를 위해 외국에 나가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대부분 영어를 배우는 나이든 학생이다. 이들은 이론상 가장 확실한 길을 택했지만 동시에 가장 비싼 방법이기도 하다. 1997년 시작된 국내 초등학교 영어교육은 올해로 10년을 맞았다. 내년부터는 초등학교 1, 2학년까지 확대된다. 다음 세대들이 영어를 모르고 살아갈 수 없다면 무늬만 교육이 아닌 내실 있는 교육이 이뤄져야 나이 들어 고생과 달러 낭비를 줄일 수 있다.
홍 찬 식 논설위원 chansi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