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한국인 피랍사태가 3일로 발생 16일째를 맞았지만 인질 석방을 위한 정부의 외교적 노력이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정상외교에 준하는 특사를 통한 교섭 등 나름대로 총력외교를 펼쳤지만 2명의 희생자 발생을 막지 못했다.
직접 협상이라는 최후의 교섭 형태가 남아있지만 한국 정부가 탈레반의 요구조건인 수감자 석방에 대한 답을 독자적으로 할 수 없다는 점에서 효과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인질석방 외교의 한계=그동안 정부의 외교는 성명외교아프가니스탄 정부를 통한 설득외교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등 국제무대에서의 다자외교와 파키스탄 등 주변국 설득의 형태로 진행됐다.
겉으로 드러내지는 못하지만 아프간 정부에 대한 영향력이 강한 미국을 상대로 한 막후외교도 펼쳤다.
하지만 지금까지 드러난 성적표는 초라한 편이다.
인질 2명의 건강이 심상치 않다는 소식이 들려오지만 피랍자에 대한 의약품과 생필품 전달 여부조차 불확실하다. 인도주의적 요구를 관철시키지 못할 정도로 협상력이 제한적이라는 의미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3일 브리핑에서 한국 외교의 무기력을 지적하는 질문에 안타깝지만 인질이 20명이 넘고 상당수가 여성이라는 점 등 상황 자체가 매우 드물다. 정부로선 초기에 가장 높은 수준의 것을 활용해 대처했지만 어려웠다고 이해를 호소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외교적 수단은 탈레반 무장세력과 직접 대면 협상하는 방법만 남아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군사작전을 배제한 상황에서 쓸 수 있는 유일한 평화적 해결 수단이라는 것.
서슬 퍼런 칼날 위를 걷는다?=정부는 피랍자 석방을 위해 정부가 벌이고 있는 외교적 노력을 최대한 회색지대에 머물게 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이번 피랍사태가 정권을 지키려는 아프간 정부와 6년 만에 정권을 탈환하려는 탈레반이 벌이고 있는 건곤일척()의 승부에서 생긴 분쟁 성격을 띠고 있는 탓에 정부는 이중적인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 수준으로 태도를 표명하고 있다.
인질 구출을 위해 직접 협상에 나선다고 선언할 경우 탈레반 무장세력을 만족시킬 수 있겠지만 테러와의 전쟁을 한창 진행중인 동맹국 미국과 현재 협상에 나서고 있는 아프간 정부에게는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외신이 시시각각 피랍사태에 대해 업데이트 된 정보를 쏟아내고 있지만 정부는 대부분 확인 중이라는 답으로 일관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잠 못 이루는 노 대통령=진퇴양난의 상황 때문에 노무현 대통령의 잠 못 이루는 밤이 계속되고 있다.
노 대통령의 의지에 따라 이뤄진 지난달 21일 탈레반 무장세력에 대한 성명 발표는 결과적으로 너무 성급하게 사용한 카드라는 비판을 낳았다.
백종천 대통령통일외교안보정책실장의 아프간 현지 특사 파견도 노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이뤄졌지만 3일 귀국한 백 특사는 사실상 빈손으로 귀국한 것이라는 평가가 많다.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반미() 감정이 고개를 들고, 대선을 앞둔 정치권 일부가 반미 정서를 이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도 이 사태를 풀어야 할 노 대통령으로서는 예상하지 못했던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