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맘에 들지 않으면 핵 사찰 요원을 또 쫓아낼 수 있습니다.
러시아 군축 전문가 이반 사프란추크 모스크바 군사정보센터 소장은 15일 북한이 919 공동성명 이행을 위한 초기조치 합의서의 허점을 이용할 수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크렘린의 외교 안보 싱크탱크인 러시아 정책연구소 연구원 출신의 핵문제 전문가다. 다음은 일문일답.
이번 합의서를 어떻게 보나.
앞문만 그려 넣고 뒷문을 공백으로 남겨둔 설계도처럼 허점이 많다. 성선설에 기초한 이 합의서는 북한의 변덕에 5개국이 놀아날 수 있도록 설계됐다. 가장 큰 문제는 북한의 초기조치 이행을 보장할 장치가 마련돼 있지 않다는 것이다.
북한이 어깃장을 놓을 가능성이 가장 큰 협상은 어떤 것인가.
4월 13일까지 진행될 북-미 수교회담, 북일 관계 정상화 회담이 고비가 될 것이다. 북한이 얻어낼 것이 많다고 판단하는 양자 협상이다. 북한이 이들 국가와 상대하면서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방법을 동원하면 충돌음도 커질 것이다.
같은 기간 한국이 중유 5만 t을 제공하기로 돼 있는데.
1980년대 북한을 다뤘던 옛 소련 전문가들의 얘기를 들어 보면, 북한은 일단 협상 성과물이 보이면 요구 수준을 더 높여 소련 측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 것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고 한다. 북한이 비슷한 행태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
미국이나 일본과의 협상에서 얻을 것이 중유 5만 t보다 많을 수 있다는 뜻인가.
당연히 그럴 것이다. 북한이 양자 협상에서 얻을 것이 없거나 적다고 판단하면 테이블을 박차고 나갈 것이다. 그럴 경우 2002년 12월처럼 국제원자력기구(IAEA) 핵 감시 요원도 쫓아낼 수 있다.
허점을 보완할 대안은 없나.
앞으로 진행될 협상에서 부속 합의서를 만들어 당사국의 약속 위반에 대한 책임을 별도로 정해야 한다. 북한 핵실험에 대한 유엔 제재와는 다른 벌칙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