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님, 차 한 잔 올릴까요?
물 마시면 되지 뭐.
인터뷰가 시작되기 전 식당 종업원이 차를 권하자 회장님은 물이면 충분하다며 사양했다.
밥값보다 비싼 커피를 마시는 세상이지만 찻값이 아까워 차도 마시지 않는 이 사람은 일본 최대 빠찡꼬 회사 마루한의 한창우(75) 회장이다. 그는 지난해 미국 경제전문 잡지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 억만장자 순위에서 일본 내 24위를 차지했다. 마루한의 지난해 매출은 1조6000억 엔(약 12조8000억 원).
지난달 30일 부산 해운대구 중동 파라다이스 호텔 한식당에서 제5차 세계 한상()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한 한 회장을 만났다.
연 매출 12조원 작년 240억 원 기부
한 회장은 평소 해외 출장을 다닐 때도 비서 없이 혼자 다닌다. 굳이 같이 다녀야 할 필요를 느끼지 못해서라고 한다. 공항에서 호텔로 갈 때도 가장 빠르게 갈 수 있다는 이유로 버스를 이용한다.
그런 한 회장이 2004년 7억 원이 넘는 고급 승용차 롤스로이스를 구입해 주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하지만 그는 이 차를 자신은 이용하지 않고, 손님들을 모실 때만 사용하고 있다.
자신에게는 인색할 정도로 절약이 몸에 배어 있지만 기부할 때는 인심이 후하다.
지난해 회사 순이익(약 2640억 엔)의 1%가 넘는 30억 엔(약 240억 원)을 사회단체 등에 후원금으로 내놓았다.
한 회장은 돈을 버는 건 기술이지만 돈을 쓰는 건 예술이라며 좋은 예술이 영원히 남듯이 돈을 좋은 데 사용하면 그 돈의 가치는 계속 남게 된다고 말했다.
14세에 밀항선 타고 일본으로
경남 사천 출신인 그는 14세 때 쌀 두 되와 일한()사전 한 권만 들고 일본으로 가는 밀항선을 탔다.
고학으로 호세이대 경제학부를 졸업한 뒤 일자리를 얻지 못하자 매형이 운영하던 빠찡꼬 업체에 취직했다.
1967년 볼링장 사업을 시작한 뒤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하다 5년 만에 60억 엔의 빚을 안고 주저앉았다.
자살 외에는 다른 길이 없다고 생각하다 재기의 발판으로 삼은 게 빠찡꼬 사업이었다.
한 회장은 부자가 된 비결에 대해 뭐든지 남들보다 두 배 더 한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살아왔다며 하지만 돈이라는 게 열심히 한다고 들어오는 게 아니고 운도 따라야 하더라라고 말했다.
또 그는 지금에 와서 보니 그 운이라는 게 내가 베푼 만큼 돌아왔다며 결국 돈을 잘 쓸 줄 아는 사람이 돈을 잘 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