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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서도 집에서도 꿈도 영어로

Posted September. 16, 2006 0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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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탄종카통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런쿡 쯔윈(11) 양의 반 친구는 다국적이다. 타밀어를 쓰는 인도 출신이 2명, 힌두어를 쓰는 인도 친구가 10명, 말레이시아 친구 4명, 중국 친구 23명.

아이런쿡 양의 가장 친한 친구는 타밀어를 쓰는 인도 친구 비디아슈리 라쿠나탄(11) 양. 둘이 머리를 맞대고 수다를 떠는 데 어려움은 없다. 영어를 쓰기 때문이다. 중국계 친구들과 얘기할 때도 영어와 중국어를 사용하는 비율이 6 대 4일 정도로 영어가 생활화돼 있다.

집에서 텔레비전은 중국 방송을 보고요, 책은 영어책을 읽으면서 자랐어요. 부모님도 두 분끼리는 중국어를 쓰시지만 저나 동생(9)에게 얘기할 때는 영어와 중국어를 함께 쓰세요.

탄종카통 초등학교의 추아체혹 부교장은 싱가포르가 국제도시이다 보니 국제학교가 아닌 일반 공립학교인데도 30개국에서 온 1000여 명의 학생이 생활하고 있다며 영어가 기본 언어지만 일주일에 6시간은 중국어 말레이어 타밀어 등 학생들 출신 국가에 맞춰 모국어 수업을 한다고 말했다.

통상무역 중심의 도시국가라는 특성이 영어를 공용어로 쓰게 했지만 역으로 이제는 영어가 외국 학생들을 싱가포르로 불러들이는 동력이다. 싱가포르에서 30여 년 동안 어학원을 운영해 온 로즈예 원장은 영어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영어를 얼마나 쉽게 접할 수 있느냐 하는 환경이라며 국제화된 환경이야말로 아시아 학생들이 싱가포르를 찾는 이유라고 말했다.

영어 잘하려면 어디서나 영어를 접할 수 있어야=전문가들은 영어를 생활 속에서 접할 수 없는 한국 환경이 영어 공부에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지적한다.

초중등과정의 공교육만으로도 국민 대부분이 영어를 잘하는 것으로 인정하는 북유럽 나라들에는 영어를 접할 수 있는 환경이라는 점에서 한국과 뚜렷한 차이가 있다.

북유럽 국가들은 대부분 영어로 제작된 TV 프로그램에 더빙을 하지 않고 자막 방송을 한다.

스웨덴 교육문화부 필리파 아르바스 올손 미디어 팀장은 북유럽 국가들은 공통적으로 더빙 대신 자막을 선호한다며 국민들의 영어 실력에도 도움이 되는 데다 더빙에 드는 비용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올슨 팀장에 따르면 스웨덴의 경우 공영방송 2개 채널의 4분의 1, 상업방송 2개 채널은 절반 이상이 영어로 방송된다.

스웨덴어와 영어의 방송 비율은 방송사의 자율적인 판단에 따라 정해진다. 다만 교육문화부와 국회가 제시한 가이드라인을 따라야 한다.

서울대 영어교육학과 이병민 교수는 지상파 영어방송을 만드는 데 예산이 많이 든다면 일단 상대적으로 비용이 덜 드는 영어 라디오 방송을 만드는 것이라도 고려해 볼 만하다고 제안했다.

새로운 영어환경 만들기, 한국의 시도=수년 전부터 영어 환경의 중요성을 깨달은 정부, 대학, 자치단체들은 다양한 시도를 통해 영어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영어마을이 대표적인 예. 경기영어마을 파주캠프에서 5박 6일 동안 생활했을 때 1인당 영어 체험시간은 약 60시간으로 초등학교 3학년 학생이 학교에서 2년간 수업을 들었을 때의 수업시간과 비슷하다.

대학들도 앞 다투어 영어 전용공간을 확충하고 있다.

연세대가 2002년 11월 국내 대학 최초로 학생회관에 글로벌 라운지를 만든 이후 중앙대 성균관대 영남대 한국외국어대 서강대 명지대 등이 비슷한 공간을 만들었다. 글로벌 라운지는 책도 읽고 밥도 먹을 수 있는 자유공간이지만 영어를 사용해야 하는 것이 규칙.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비전 2005(Vision 2005)를 통해 2개 국어 공용화 캠퍼스로 변모하는 중이고 고려대 서창캠퍼스, 연세대 송도국제화복합단지 등도 영어 공용 캠퍼스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