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자 농구 심판 이현정(26사진) 씨는 아무도 가지 않은 길에 도전하고 있다.
국내 남자프로농구 사상 첫 여성 심판이 되기 위해 지원한 것.
그는 지난달 실시된 한국농구연맹(KBL) 심판 공채에 여성으로는 유일하게 지원서를 낸 뒤 서류심사를 통과한 9명 가운데 한 명으로 뽑혔다. 이달 초부터는 지원자 중 홍일점으로 심판 교육을 받고 있으며 이번 주 실기 및 체력 테스트, 필기시험을 잇달아 치른다.
여자라고 특별 대접을 받고 싶지는 않습니다. 똑같이 경쟁해서 합격하고 싶어요.
이 씨는 신일고와 성균관대에서 농구선수를 한 아버지 이덕희(53) 씨의 영향으로 서울 금천구 백산초등학교 5학년 때 처음 농구를 시작했다. 동일여중과 동일여상을 졸업한 그는 174cm의 포워드로 활약하며 1998년 실업팀 한국화장품에 입단했으나 3개월 만에 팀이 해체되면서 신세계로 옮겼지만 그해 말 갑자기 심장 부정맥 증세를 보여 은퇴했다.
농구에 대한 미련을 버릴 수 없어 대한농구협회 심판 교실을 거쳐 1급 자격증까지 딴 그는 건강을 완전히 회복해 이번에 도전장을 내게 됐다.
올 1월 암 투병 끝에 저세상으로 간 어머니가 남긴 좋은 심판이 돼라는 유언의 영향이 컸다. 그래서 여자 심판이 많은 여자프로농구보다는 남자프로농구에서 여성 1호 포청천이 되겠다고 마음먹었다. 힘겨운 경쟁에 뛰어들었지만 먼 곳에서 응원할 어머니를 떠올리며 힘을 냈다. 힘든 체력 시험에 대비해 일부러 동네 헬스클럽에서 아르바이트까지 하며 근력을 키우기도 했다.
이 씨는 KBL 심판 교육 과정에서 여성 특유의 섬세한 판정과 농구에 대한 해박한 지식으로 호평을 받아 이달 말 합격자 발표에서 이름을 올릴 가능성이 높다. 그를 지켜본 KBL 소속 기존 심판들은 심판 시그널(수신호)과 경기 이해력이 뛰어나다. 체력도 뒤지지 않는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미국프로농구(NBA)에서는 1997년 두 명의 여자 심판이 처음으로 임용된 적이 있다.
아버지와 자신을 비롯한 세 남매가 모두 선수로 뛴 농구 가족인 이 씨는 심판의 중요한 덕목은 주관과 자신감인 것 같다. 여자가 아닌 한 명의 심판으로 인정받고 싶다고 말했다.
그의 꿈은 장차 챔피언결정전 같은 큰 경기에서 휘슬을 불게 되는 것. 이 씨는 그 순간만 떠올리면 벌써부터 가슴이 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