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2002년 대선 당시 내걸었던 150개 핵심 공약 중 임기 3년이 지난 2006년 2월 현재 제대로 추진되지 못한 공약이 절반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150개 중 고위 공직자 비리조사처 설치, 정부 산하 위원회 정비 등 64개(42.7%)는 추진이 지지부진한 상태이고 주민소환제 도입, 근로자 조세 부담 경감 등 11개(7.3%)는 사실상 포기하거나 실패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본보 취재팀이 150개 핵심 공약 각각에 대해 정부가 취한 입법, 행정, 예산 관련 조치 등을 당초 추진일정(로드맵)과 비교해 완료 추진 중 부진 실패 또는 포기 등 4가지 척도로 평가한 결과에 따른 것이다. 이 과정에서 각계 전문가 51명의 도움을 받았고 각 부처의 의견도 반영했다.
분석에 따르면 정상 추진되고 있는 공약은 정치자금 투명화, 주요 행정서비스 온라인으로 제공 등 73개(48.7%)였다. 국가정보원장 검찰총장 경찰청장 등에 대한 인사청문회 실시와 호주제 폐지로 양성 평등한 가족제 실현 등 2개 공약(1.3%)은 완료됐다.
취재팀은 개별 공약의 단순 이행도 평가와는 별개로 이행 단계별 특성을 대표적으로 보여 주는 공약 12개를 각 분야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선정해 실제 진행 상황이 어떤지, 추진 과정에서의 문제점이 무엇인지를 알아보는 사례 분석도 실시했다.
이 결과 자주적 군사외교, 재벌 개혁 등 공정한 경쟁 질서 확립, 행정수도 건설 등 3개의 공약은 정부가 적극 추진하고 있지만 그로 인해 부작용이 생기거나 정치 경제 사회적 갈등을 초래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연 7% 성장 달성, 집중적인 국가채무 관리로 재정 건전성 확보, 빈부격차 해소와 70% 중산층 시대 등 6개는 정책 수단이 잘못됐거나 공약을 뒷받침할 만한 구체적 노력을 하지 않아 아예 실종됐거나 사실상 실패로 돌아간 것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돈 안 드는 선거, 주요 행정서비스 온라인으로 제공, 호주제 폐지와 양성 평등의 가족제도 실현 등 3개는 정부의 의지와 구체적 실행프로그램이 뒷받침돼 비교적 성공적으로 완료됐거나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대 이달곤() 행정대학원장은 노 대통령의 2002년 대선 공약은 표를 모으기 위한 동원 수단 성격이 강했다며 정권 마감 2년을 앞둔 이제는 국리민복의 결실을 볼 수 있는 공약을 냉철히 선택해 정권 차원의 에너지를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공약을 개별적으로 추진하지 않고 큰 그룹으로 종합 추진하고 있으므로 개별 공약에 대한 평가를 통해 공약 추진의 성패를 판단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후보자 시절의 공약을 당선된 뒤 재검토해 정책 추진의 우선순위를 다시 정했다고 말했다.
대통령비서실은 지난해 10월 국회에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서 대통령 공약 중 정부 출범 이후 핵심 추진 공약으로 선정한 117개의 추진 상황을 완료 53개 정상추진 108개 부진 11개 추가보완 5개로 분류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