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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의 시대 지금의 나 찾는 책 호평

Posted December. 27, 2005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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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의 중견 및 소장 출판인들은 2005년 한해 출판물의 양과 질적인 면에서 가장 두드러진 성과를 이룬 출판사로 휴머니스트를, 디자인과 편집을 가장 잘한 출판사는 돌베개를 꼽았다. 한국을 대표하는 출판사로는 민음사가 꼽혔다.

본보가 일선에서 기획 및 편집을 책임지고 있는 중견 및 소장 출판인들과 출판평론가 등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다. 설문 응답자는 27명. 8개 항목을 물어봤으며 각 항목별로 4개씩 중복 추천을 받았다.

젊은 출판사들의 약진=2005년 한 해 동안 가장 두드러진 성과를 남긴 출판사를 묻는 항목에서 창립 5년 안팎의 신진 출판사들이 약진했다. 10회 추천을 받아 1위에 오른 휴머니스트와 9회 추천을 받아 2위에 오른 예담(자회사 위즈덤하우스 포함)이 그 주인공.

기획편집자 출신의 김학원 대표가 2001년 창립한 휴머니스트는 기획력을 바탕으로 인문 교양 분야에서 스테디셀러를 많이 냈다. 잡지사 출신의 김태영 씨가 1999년 설립한 예담은 초창기 인문 예술 서적에 치중했으나 최근 경제 경영 실용 등 전분야로 사세를 확장하면서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공동 3위는 한국의 대표적 인문 및 문학 출판사인 민음사와 문학동네가 차지했다. 이어 랜덤하우스중앙(7회 추천) 김영사(6회) 웅진지식하우스, 돌베개, 푸른숲(이상 4회) 사계절(3회)이 뒤를 이었다.

디자인편집 부문에서는 돌베개가 10회 추천을 받았으며 휴머니스트(9회) 마음산책, 생각의나무(이상 7회) 열린책들(6회) 웅진지식하우스(4회) 문학동네, 사계절(이상 3회) 등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2005년 현재 한국을 대표하는 출판사로는 민음사(19회 추천)가 가장 많은 추천을 받았고 창비(15회) 김영사(9회) 문학과지성사(6회) 한길사(5회)가 그 뒤를 이었다. 이들은 모두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국내의 대표적 출판사들. 2005년 한 해 동안의 성과를 묻는 항목에선 젊은 출판사들에 수위를 내줬지만 그동안 축적해 놓은 권위와 성취 면에서는 출판 명가로서의 자존심을 지킨 것.

최고의 출판물-사색과 반성, 경제에 대한 관심=국내 저작물 부문 1위에 선정된 책은 바람의 딸 한비야가 지구촌 오지 곳곳에서 펼친 열정적인 봉사의 삶을 소개한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푸른숲13회). 이 책은 최근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가 올해 출판계의 흐름을 가장 잘 보여주는 키워드를 임파워먼트(empowermen)로 정하면서 그 대표적인 사례로 들기도 했다. 임파워먼트는 독자로 하여금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즐기되 자신만이 지닌 능력을 밖으로 표출하도록 이끄는 그런 흐름을 반영한 표현.

2위는 11회 추천을 받은 신영복 성공회대 교수의 강의(돌베개). 동양 고전에 대한 편안한 해석으로 독자들에게 깊은 사유의 기회를 제공한 점이 출판인들의 호평을 이끌어낸 것으로 보인다. 동아일보 북섹션 책의 향기팀이 각계 전문가의 추천을 받아 지난주 선정한 2005년 올해의 책 10선(본보 24일자 A24면 참조)에도 뽑힌 이들 책은 어수선한 시대에 지금의 나를 되돌아 볼 수 있게 해준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최고의 번역 출판물 1, 2위는 모두 경제 경영서가 선정됐다. 1위는 일상에 숨겨진 비밀을 통해 경제를 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 괴짜경제학(웅진지식하우스8회)이, 2위는 블루오션이라는 새로운 경영 개념을 선보인 블루오션전략(교보문고7회)이 차지했다.

한편 올 한해 한국 출판을 위해 가장 크게 기여한 출판인으로는 박맹호(71) 대한출판문화협회장 겸 민음사 회장이 뽑혔다. 박 회장은 출판문화협회를 이끌면서 10월 열린 독일 프랑크푸르트도서전 주빈국 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렀다는 평가를 받아 1위에 오른 것.

올해 93세의 정진숙 을유문화사 회장이 3위에 오른 것도 인상적이다. 출판이 곧 건국활동이라는 신념으로 1945년 광복과 함께 을유문화사를 창립한 뒤 조선말 큰사전 등 5000여 종의 양서를 출간해온 정 회장은 말 그대로 한국 출판계의 산 증인. 올해 한국 출판에 기여한 인물로 이들을 선정한 것은 원로에 대한 젊은 출판인들의 변함없는 존경의 표시로 해석된다.



이광표 kp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