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둘리는 국회=20일 국회 교육위원회 여야 의원들 홈페이지 게시판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에 대한 반대 글이 쇄도했다.
이른바 방과 후 학교법안으로 알려진 이 법안은 6월 조배숙(열린우리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것으로 방과 후에 학교에서 특기적성 교육, 수준별 보충학습 등을 할 수 있도록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지원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법안이 통과되면 학원계의 타격이 불을 보듯 뻔한 상황. 학원계는 온라인뿐 아니라 지역별로 해당 의원 면담을 통한 오프라인 압박도 병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압력 때문인지 이 법안은 9월 교육위를 통과해 법제사법위원회로 넘어갔으나 이달 초 법사위 법안심사 소위원회 심의 도중 교육위로 되돌아갔다.
법사위 한 의원은 이달 초 교육인적자원부와 교육위에서 뒤늦게 학원계의 입장을 반영하지 못했다며 환원을 요구해 왔다고 전했다.
교육위 소속의 한 의원은 보습학원 관계자들의 글이 하루에 30100건씩 올라오고 있다며 섣불리 반박하면 감정싸움으로 번지기 때문에 게시판을 방치하고 있다고 말했다.
건설교통위원회 김동철(열린우리당) 의원은 관련 단체의 집단 공세로 냈던 법안을 철회하기도 했다.
과잉 공급된 택시를 줄이자는 취지의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을 제출한 데 대해 택시업계 노조의 거센 반발이 거세자 견디지 못하고 보름 만에 철회한 것.
보건복지위원회에서는 간호사 관련 사항을 의료법에서 떼어내 별도 규정하는 내용의 간호사법 제정안을 두고 의사협회와 간호협회, 간호조무사협회 등이 의원들을 상대로 서로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입법을 이끌기 위해 여론 압박을 가하고 있다.
복지위의 한 의원은 이 법을 둘러싸고 특정 단체가 우리 협회 회원이 저쪽보다 몇만 명 더 많으니 알아서 하라는 식으로 사실상 협박을 가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공무원들도 여론몰이 집단행동=현재 각 정당과 의원들의 홈페이지 게시판엔 검찰경찰 수사권 조정 문제를 둘러싼 찬반 글도 넘쳐난다.
절대 다수가 수사권 조정에 찬성하는 경찰 네티즌들이 올린 글이다. 자신의 이름과 소속을 밝히고 도와 달라고 정중하게 요청하는 글도 있지만 의원들을 노골적으로 협박하는 익명의 글도 상당수다.
경찰의 집단행동은 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경찰공무원법 개정안 처리 때도 위력을 발휘했다.
경사로 8년간 근무하면 경위로 자동 승진시켜 주는 내용의 이 법안이 법사위에서 의결된 8일 한나라당 주호영() 의원은 회의에 참석한 허준영() 경찰청장에게 근무 시간인데도 단 몇 시간 만에 법안 처리를 촉구하는 70건의 글이 올라온 것으로 볼 때 조직적인 지시가 없이는 불가능하다며 IP 추적을 요구하기도 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인터넷이 공무원까지 포함한 특정 집단의 로비와 압력 수단으로 변질되고 있다며 법안의 이해당사자들이 자신의 견해를 밝힐 수는 있지만 협박성 언사까지 동원해 일방적인 여론몰이를 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우려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