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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분식회계

Posted August. 12, 2005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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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를 분칠해서 경영 내용을 속이는 것이 분식회계다. 옛 사자성어()에 빗대면 어디에 가까울까. 교언영색()이 있지만 아무래도 사탕발림 말이요 얼굴 표정이니, 영 아니다. 윗돌 빼서 아랫돌 괸다고 하는 상석하대()도 있다. 눈가림을 뜻한다. 또 하루치를 합친 양은 같아도 아침저녁 주는 양을 달리 하니 원숭이가 좋아하더라는 조삼모사()가 있다. 그러나 이 두 말은 다 질량에 관한 것이므로 본질을 속이는 분식회계와는 맞지 않는다. 양두구육()이 그럴듯하다. 진열대에 양머리를 내걸고 값싼 개고기를 양고기인 양 속여 판다는 얘기니까.

분식회계는 영어로 윈도 드레싱이다. 진열장 꾸미기라는 뜻이다. 사전을 자세히 뒤져 보니 좋지 않은 무엇인가를 숨겨서 외부에 왜곡된 사실을 전달하는 행위라고 적혀 있다. 바로 서양의 양두구육이다. 노골적인 영어로는 어카운팅 프로드(회계사기)가 있다.

두산그룹이 2797억 원의 분식회계를 고백했다. 또 오너 일가 대출금의 이자 138억 원을 회사 돈으로 냈으며, 그중에는 네 살짜리 손자 몫도 있다고 한다. 대우그룹 동아건설 한보그룹 기아그룹 SK글로벌의 분식회계에 이어 100년 견실한 부자 두산의 고백이기에 충격이 크다. 형제 다툼으로 불거진 것이긴 하지만, 거대 기업의 건강진단서라고 할 재무제표가 이토록 가짜로 통할 수 있었다니 믿어지지 않는다.

미국 같은 나라에도 엔론, 머크, 월드컴 등의 분식회계 소동이 있지 않느냐고 반문할지 모른다. 정도의 차이 아니냐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우리의 경우는 코리아의 대외 신용에 직결되는 한국의 얼굴, 재벌기업의 분식이기에 문제가 큰 것이다. 대우의 경우 세계경영 어쩌고 하면서 기네스북에 오를 정도의 슈퍼 분식으로 한국의 이미지에 먹칠을 했다. 양두구육의 나라, 윈도 드레싱의 한국이 되면 무엇을 팔아 먹고살 수 있겠는가?

김 충 식 논설위원 s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