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오피니언] 김병준의 풍선껌

Posted July. 05, 2005 02:28,   

ENGLISH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1년 12월 7일, 일본군이 진주만을 기습 공격하자 미국은 물론 전 세계가 경악했다. 당시 미국의 루스벨트 대통령은 12월 7일은 역사상 가장 파렴치한 날이라며 진주만을 기억하자고 호소했다. 이 한마디가 미 국민을 하나로 묶었고 전 세계 자유 진영의 결속으로 이어졌다. 신뢰가 받쳐준다면, 지도자의 말은 어떤 무기보다도 강한 힘을 갖는다. 자리가 높아질수록 말을 조심하고 가려야 하는 이유일 것이다.

장관급 청와대 참모인 김병준 대통령정책실장이 엊그제 철도청(현 한국철도공사) 유전개발 의혹과 한국도로공사 행담도 개발 의혹은 풍선껌 같은 사건이라고 말했다. 두 사건의 청와대 연루 의혹을 부인하면서 마치 청와대가 뒤에 있는 것처럼, 풍선껌처럼 부풀리고, 거품을 넣는데 국가 발전에 백해무익()하다고 언론을 겨냥한 것이다. 얼마 전 노무현 대통령은 (두 사건으로) 치명타를 입었다고 했는데, 그에 대한 참모의 변명으로 들린다.

유전개발 투자 의혹은 검찰의 미진한 수사를 문제 삼아 여야가 특별검사 도입에 합의한 사건이다. 행담도 개발사업 의혹에 대해서는 감사원도 문정인 전 동북아시대위원장, 정찬용 전 대통령인사수석비서관, 정태인 전 대통령국민경제비서관 등 청와대 사람들의 부적절한 개입을 인정했다. 검찰은 정태인 전 비서관 등 25명에 대해 출국금지조치를 취하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그런데도 풍선껌 사건이라니, 특검과 검찰은 풍선껌의 바람이나 빼라는 말인가.

김 실장은 지난해 행정수도 문제로 나라가 들끓을 때도 (이전)반대에는 탄핵을 주도하거나 찬성한 분들이 연계돼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며 이전 반대세력을 공격했다. 노 대통령이 수도 이전 반대운동은 대통령 퇴진운동이라고 말한 직후였다. 학자 출신의 대통령정책실장이 정책으로 말하지 않고 공격과 변명을 일삼으면 정부의 신뢰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유난히 말로써 말이 많은 대통령과 참모들이다.

송 대 근 논설위원 dksong@donga.com